30대의 연애도 10대, 20대와 다를 것이 없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의 한 줄 평이다. 적당히 유쾌하고 적당히 진지하며 적당히 감동적이다. 영화의 모든 것들이 ‘보통’스러웠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극히 평범한 것들을 담으려고 한 감독의 노력이 보인다. 주위를 둘러보면 있을법한 보통의 사람들이 하고 있는 연애를 그린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이다.
전 여자친구와 결혼까지 약속했지만 여자친구의 바람을 목격해 결국 파혼당한 이재훈(김래원). 그의 직장으로 새로운 직원이 오게 된다. 그 사람은 남자친구의 바람으로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오선영(공효진). 재훈과 선영은 최근 연인의 바람으로 인해 상처받은 상태이다. 선영과는 다르게 연애의 상처를 이겨내지 못한 재훈은 매일 술에 취해 산다. 게다가 눈을 떠보면 어제의 일을 기억 못하는 ‘블랙 아웃’까지 가지고 있다.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집에 옥수수를 가득 사오고 또 고양이나 비둘기 같은 동물까지 데리고 온다. 이런 재훈은 연애에 있어서 지고지순한 성격이다. 한 사람을 만날 때 굉장히 신중하며, 헤어진 이후에는 다른 사람을 만날 때 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선영은 조금 냉철하고 건조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단순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숱한 연애 끝에 ‘남자와 여자는 똑같다’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
선영이 첫 출근을 하는 날, 재훈은 회사 1층에서 선영과 그의 전 남자친구가 험한 말을 하며 헤어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바람난 남자친구와 헤어진 선영은 바로 다른 남자친구를 만났는데, 그 사실을 듣게 된 재훈은 본인의 연애 가치관과 다른 선영이 괜히 미워 보인다. 선영도 재훈이 좋게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둘은 사사건건 부딪히며 싸운다. 그러던 중,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밤새 술을 마신 재훈은 아침에 일어나보니 모르는 번호로 2시간이나 통화한 기록이 있다. 그 상대는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선영이었다. 재훈은 어떤 통화를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용기를 내 선영에게 물어보자, 울며 이야기를 하길래 그냥 들어줬다고 한다. 그 뒤부터 서로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신경 쓰이게 된다. 갑자기 회사에서 친목 겸 등산 일정이 잡힌다. 선영과 재훈은 등산하는 동안 가까워지고, 술을 마신 뒤,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미묘한 어색함이 흐르던 중, 회사에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지게 된다. 선영이 전에 있던 회사에서 나오게 된 이유가 유부남이었던 사수를 유혹했다는 내용이다. 결국 선영은 회사를 나가게 되고 재훈은 선영을 붙잡기 위해 집으로 찾아간다. 힘든 시간 곁을 지켜준 서로는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고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의 일관된 정서는 공감이었다.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인물들을 등장시켰고, 관객들로 하여금 고민 상담을 들어주게 했다. 그래서 ‘보통’스러웠던 클리셰와 셔레이드임에도 불구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 30대가 아닌 입장으로써, 궁금했다. 30대는 어떤 연애를 할지. 그러나 10대,20대의 연애와 차이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숱한 연애를 했음에도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견뎌내기 힘들어하는 모습은 어린 아이 같았다. 그런 모습들이 자연스레 베여있는 이 영화는 로맨스코미디답게 공감하며 웃다가도, 현실적인 대사에 움찔하기도 한다. 영화 중 김래원은 행복에 대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평생 서로 바라보면서 같이 늙어가는 것, 그게 인생에서 진짜 행복한 거 아니니?”라고 말한다. 지금 30대가 오지 않은 이들에게도, 지금 30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30대가 훌쩍 지나버린 이들에게도 전부 공감할 수 있는 대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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