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위해 만들어진 뛰어난 퀄리티의 식물성 가죽... ‘비건 가죽‘이 이젠 패션 트렌드로 급부상
파인애플 잎, 선인장, 닥나무 등을 가공해 각종 비건 가죽 탄생시켜 의류, 가방, 건축자재 등 생산
스페인 출신 디자이너 카르멘 이요사는 동물성 가죽이 제조 과정에서 많은 유해물질을 만들어내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끔찍함을 목격했다. 카르멘 이요사는 위험을 최소화하고 동물을 해치지 않는 가죽을 2014년에 만들었다. 그것은 파인애플 가죽인 ‘피나텍스(pinatex)’다. 그녀는 파인애플 잎을 통해 만드는 필리핀 전통의상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피나텍스’는 버려지는 파인애플 잎을 모아서 필리핀 농부들과 함께 생산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파인애플 잎을 수확해서 껍질에 있는 붙어있는 성분을 물에 씻은 뒤 건조시킨다. 기계를 이용해서 섬유를 뽑아 부직포로 만든 다음, 스페인에서 가죽으로 이용할 수 있게 작업을 한다.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은 5% 정도이며, 천연 비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농업 폐기물인 파인애플 잎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과 자원 부분에서 동물성 가죽을 생산할 때보다 좋은 영향을 미친다.
파인애플 잎의 섬유질이 여러 부분에서 우수해서 가죽과 유사한 질감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의류뿐만 아니라 가방과 구두, 의자, 인테리어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천연소재라는 장점을 가진 가죽인 만큼 동물성 가죽보다 가볍고 인체에도 무해하다. 자연을 보호하고, 필리핀 농부들에게도 일자리가 제공되는 지속 가능한 산업이다.
환경 보호를 위해 비건이 트렌드가 된 요즘, 인체에 무해하고 환경 순환에 도움이 되는 비건 가죽인 ‘피나텍스’는 이미 푸마(PUMA)나 캠퍼(CAMPER)에 납품되고 있다.
자동차 회사 출신 아드리안 오페즈 벨라르데와 패션업계 종사자였던 마르테 카자레즈는 선인장 가죽을 탄생시켰다. ‘피나텍스’와 같이 동물을 죽이지않고 오로지 선인장으로 만들어진 가죽의 이름은 ‘데세르토(DESSERTO)’다. 선인장의 질기고 튼튼한 특성을 이용해 개발했다. ‘데세르토’는 동물가죽보다 무게가 훨씬 가볍고, 제조 과정에서도 합성 가죽에서 사용되는 인체에 유해한 약품들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동물성 가죽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좋은 가죽인 ‘데세르토’는 멕시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인장으로 만들어져서 공급이 수월하다. 다른 작물들과 달리 선인장은 메마른 땅에서도 물 없이 쉽게 자라기 때문에 잎을 잘라 사용하면 알아서 잘 자라난다.
수확한 선인장을 잘 세척한 뒤 가루로 만든다. 그 다음 섬유화에 필요한 재료를 섞어 압축한다. 그러면 질기고 튼튼한 선인장 가죽인 ‘데세르토’가 만들어진다. ‘데세르토’의 사용 수명은 최소 10년이며 동물성 가죽과 비슷하다. 충분히 동물성 가죽을 대신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장점을 지니고 있다. 멕시코에서 직접 선인장을 재배해서 생산을 하기 때문에 지역농가와 상생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동물성 가죽보다 더 뛰어나다.
‘데세르토’를 사용해 만들어진 가방과 의류, 신발을 데세르토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제품을 봤을 때 전혀 선인장으로 만들어졌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선인장이 가진 녹색 뿐만 아니라 다른 색들로 만들어진 제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통기성과 탄력성 또한 뛰어나 자동차 시트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우수한 품질을 가지고 있다.
국외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비건 가죽의 트랜드를 이어가고 있다. 한원물산에서는 가죽대체 소재를 지향하며 닥나무 껍질로 만든 한지에 면 등을 접합하고, 특수코팅 등의 공정으로 식물성 가죽인 ‘하운지(HAUNJI)’를 개발했다. 2015년도에 만들어진 ‘하운지’는 쉽게 찢어질 수 있는 한지의 단점을 보완해 내구성과 신축성을 구현하여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같은 친환경 가죽인 ‘피나텍스’와 비교했을 때, ‘하운지’는 내구성과 기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폐기물 발생도 1% 미만이라서 ‘피나텍스’보다 더 적으며, 가격도 더 저렴하다. 99.9%의 항균성을 지니고 있으며, 경량성, 통기성, 방풍성 등 뛰어난 품질을 지니고 있다. ‘하운지’는 카시트, 가구, 패션, 건축, 산업자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가방 브랜드인 ‘르 마스크(Le masque)’에선 ‘하운지’를 이용한 생리대 보관이 가능한 파우치를 만들었다. 내부까지 100% 항균 소재로 마감된 생리대 파우치는 인체에 무해한 제품으로 물이 튀어도 안전하고, 물세탁과 낮은 온도에서 다림질도 가능하다. 인체에 닿은 생리대가 세균으로부터 2차 감염을 당할 수 있는 점을 막을 수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인 페이리(FAYRI)에서 미니 스커트와 플레어 스커트, 오버핏 자켓을 ‘하운지’를 사용하여 친환경 의류로 만들었다. 비건 트랜드에 맞춰 ‘하운지’는 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뉴욕 핸드백 브랜드인 ‘해리언’과 신발 브랜드인 ‘지그시’에서 ‘하운지’의 친환경 비건 가죽을 이용해서 가방과 신발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자동차 내장재로도 사용된다. 독성물질 발생도 적은 ‘하운지’는 아주 적합하다.
이외에도 와인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재료를 모아서 만든 와인 가죽과 버섯의 질긴 부분을 이용해서 만든 버섯 가죽, 코코넛을 재배하고 나오는 농업 폐기물을 이용해서 만든 코코넛 가죽 등 다양한 친환경 비건 가죽들이 있다. 음식 뿐만 아니라 패션도 비건이 트렌드가 된 만큼 많은 패션 기업들이 친환경 식물성 가죽을 주목하고 있다. 동물성 가죽보다 더 좋은 품질을 선보이는 많은 식물성 가죽의 지속가능성 또한 충분하다. 이런 비건 트렌드에 맞춰 앞으로 더 많은 식물성 가죽들이 생겨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