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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공백 상태인 ‘낙태죄’, 법적 기준 없는 현장은 혼란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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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공백 상태인 ‘낙태죄’, 법적 기준 없는 현장은 혼란상태
  • 취재기자 구다민
  • 승인 2021.03.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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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년 지났지만 제자리 걸음
낙태죄 법적 기준 모호해 의료 현장에서도 혼란 가중
낙태죄가 2020년 사라졌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개정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채 입법공백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혼란을 주고 있다. 실상 낙태 행위가 합법도 불법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낙태죄가 폐지됐지만, 제대로 된 법적 보호나 의료적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 상황이다(사진: 픽사베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낙태죄가 폐지됐지만, 제대로 된 법적 보호나 의료적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형법의 낙태죄 조항이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곧바로 낙태죄를 폐지해 낙태를 허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해 정부에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 조항을 개정하도록 주문했다. 그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20년 10월, 낙태죄를 형법상 유지하되 임신 14주 이내일 경우 합법적으로 중절 수술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포함한 일부 개정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개정법안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결국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채 효력 시한을 넘기게 됐다.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임신 주차에 따라 낙태 허용 여부를 나눈 것이다. 임신기간을 3기로 나눠 초반인 1기(1~14주)의 낙태 만을 조건 없이 허용하는데, 이 기준이 상당히 모호하다는 것. 임신 주차는 본인이 정확한 일수를 알지 못하면 임신 시작일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모호한 기준으로는 제대로 된 낙태죄의 법적 판단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완전한 낙태죄 폐지를 외치던 여성계의 반발과 정기국회 동안 정치권의 정쟁으로 낙태죄 개정안 상정이 미뤄지면서 국회는 이 사안에 손을 놓아버린 상태다. 제대로 된 법적 기준 없이 낙태죄에 대한 효력만 없어진 상황에서 무분별한 낙태도, 무분별한 낙태 거부에 대해서도 제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 됐다. 실제로 부산의 A산부인과에 낙태수술에 관해 문의전화를 해보니, 낙태수술은 불법이라 전화상담이 불가능하다며 직접 내원해 상담할 것을 권했다. B산부인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낙태수술은 가능하나 불법이기 때문에 주변에 알리지 말고 방문할 것을 요청했다. 이처럼 낙태죄가 폐지된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법안이 없다 보니 여전히 현장에서는 낙태수술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낙태죄 개정법안 통과가 계속해서 무산되면서 입법공백으로 인한 낙태죄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윤수빈(24, 부산시 북구) 씨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년이 흐른 시점에서 아직도 제대로 된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며 “낙태죄 사안이 정치권 싸움으로 이용되기보단 재빨리 세부적인 사안들이 정해져 현장의 혼란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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