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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와 새가 충돌하는 사고 ‘버드 스트라이크’... 전세계 공항, 항공기 위협하는 새떼와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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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와 새가 충돌하는 사고 ‘버드 스트라이크’... 전세계 공항, 항공기 위협하는 새떼와 전쟁 중
  • 취재기자 허시언
  • 승인 2021.10.0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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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공을 비행하는 항공기와 새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인적 물적 피해 커
항공기에 의한 수송객의 수와 화물량 증가... 조류 충돌로 한해 50억 달러 피해 발생
항공기 이착륙할 때 조류 충돌 사고 빈번...활주로와 초지 좋아하는 새들 특성 때문
공포탄 폭음기 확성기 음파퇴치기 매울음소리 그물망 설치 등 각종 수단 동원해 새 쫓아

미국 뉴저지 공항에서 이륙하려던 플로리다행 비행기가 새와 충돌한 후 화재가 발생한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엔진이 손상되고 연료가 새 나와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6시경 뉴저지 주 애틀랜틱시티 공항 활주로에서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질주하던 스피릿 항공 3044편과 대형 새가 충돌해 엔진이 손상되며 연료가 새어 나왔고, 이 때문에 화재까지 발생했다. 승객과 승무원은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지만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새와 충돌한 것뿐인데 왜 이렇게 위험한 사고로 번졌을까?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란?

새떼는 항공기 운항에 큰 위협이 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상공을 운항 중인 항공기 주위로 새떼가 날아들고 있다. 새떼는 항공기 운항에 큰 위협이 된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우리말로 ‘조류 충돌’이라고도 불리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는 항공기의 이착륙 및 순항 중 조류가 엔진이나 동체에 부딪히거나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이륙과 상승, 하강과 착륙 중인 항공기와 부딪힐 때는 역학상 엄청난 타격을 준다. 이는 특히 항공기 엔진이 최대로 가동되는 이착륙 시에 많이 발생한다. 항공기가 저공비행을 하는 동안 가까이 접근하는 새를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속 370km로 상승 중인 항공기에 중량 900g의 청둥오리 한 마리가 충돌했다고 가정할 때 항공기가 받는 순간 충격은 4.8t이다. 이 정도의 충격이면 항공기 조종실 유리가 깨지거나 기체가 찌그러질 만큼의 충격이다. 그러나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새가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갔을 경우다. 터빈 엔진의 공기 흡입구는 엄청난 양의 공기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간 새가 팬 블레이드를 망가뜨리거나 엔진을 태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항공기에 의한 수송객의 수와 화물량은 운항 횟수와 함께 증가하고 있으며 항공기 자체도 대형화, 고속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조류 충돌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피해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조류 충돌은 항공기의 피해에 따른 물적 손실뿐만 아니라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버드 스트라이크로 말미암은 운항 차질로 인한 손실 규모는 세계적으로 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왜 발생할까?

버드 스트라이크는 주로 공항 근처에서 일어난다. 즉, 이착륙할 때 가장 많은 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일정 높이 이상으로 올라가면 새가 없지만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는 운항 고도가 낮기 때문에 공항 주변에 있는 새와 부딪힐 수 있다. 게다가 공항의 넓게 펼쳐진 활주로와 초지는 새들이 좋아할 만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새들은 공항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이착륙하는 항공기를 위협한다.

새는 왜 항공기를 피하지 않을까?

거대한 물체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면 피할 법도 한데 새들은 피하지 않는다. 이는 새들이 가진 자연적인 습성 때문이다. 조류는 천적이 접근한다 하더라도 속도와 크기에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약 30m 정도의 거리 이내로 접근해야만 피하게 된다. 한 연구팀에서 새들에게 시속 60~360km로 달리는 트럭 영상을 보여준 결과, 60km로 달리는 영상이든 360km로 달리는 영상이든 속도와 관계없이 새들은 평균 30m의 간격을 유지하는 데만 집중할 뿐이었다. 30m는 비행기가 엔진의 최대출력을 내며 달릴 때 0.3초 만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새들이 항공기를 피해야 하는 물체로 인식할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어떻게 예방할까?

공항 근처를 조류가 서식하기 싫어하는 열악한 환경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조류가 싫어하는 열악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생태계를 바꿔 놓는 일은 불가능하고, 새가 좋아하는 벌레를 모두 없앤다고 해도 다른 종에게는 이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식지 관리는 종들 간 균형을 고려해 계획을 세운다. 새들이 좋아할 만한 서식 환경을 파악하고 먹이 공급원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통상적인 관리법이다. 곡식 경작지는 공항 활주로로부터 3.6km 이상 떨어지게 하고, 비가 내린 뒤에는 새들이 좋아하는 지렁이를 없애기 위해 활주로를 꼭 청소한다. 활주로 양편의 초지대는 풀길이를 최대한 짧게 유지하고 주기적인 살충 작업도 한다.

직접 새를 쫓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엽총이나 공포탄을 쏴 깜짝 놀라게 하거나 확성기로 천적인 매의 소리를 송출하기도 한다. 공항 주면 녹지대와 물이 고인 지역에 새가 내려앉지 못하도록 그물망을 치기도 한다. 신기한 것을 피하고, 큰 소리와 포식자에 반응하는 새의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폭음기'와 같은 큰 소리를 내는 장비를 이용해 새를 내쫓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폭음기는 자동차 경적 소리, 총 쏘는 소리 등 다양한 소음을 냄으로써 조류의 공항 접근을 차단한다. 가스 폭음 장치를 반복적으로 터트리면 나중에는 새들이 아니라 승객들이 놀라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음파 퇴치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음파 퇴치기는 조류가 싫어하는 음파를 쏘는 기기다. 음파 퇴치기는 사거리가 600m에 달해 항공기가 운항 중일 때 주로 사용한다. 사람이 다가갈 수 없는 활주로 등으로 날아든 새를 쫓기에 효율적이다.

최신 기술인 ‘드론’을 이용해 새를 내쫓기도 한다. 드론이 수풀 등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공간을 돌아다니며 새떼를 발견하고 천적의 울음소리 나 공포탄 소리를 내보내 항공기가 이동하는 경로 바깥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최근에는 충돌 사고를 내는 새의 종류를 파악하는 ‘DNA 바코드’ 작업이 조류충돌 사고 방지를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DNA 바코드를 이용하면 새의 이동경로를 예측하고 비행기의 항로, 비행시간, 고도 등을 미리 조정해 충돌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계절별, 시간별로 어떤 조류들이 항공기와 부딪힐지 미리 예측하고 충돌을 피하는 것이다.

새들도 학습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직접 공항을 돌며 경고 사격을 해야 한다(사진: 국토교통부 블로그).
새들도 학습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직접 공항을 돌며 경고 사격을 해야 한다(사진: 국토교통부 블로그).

하지만 이런 방법들도 익숙해지면 습관화가 돼 더 이상 효과가 없다. 새들도 학습을 하기 때문에 ‘저건 소리만 크고 위험하지는 않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직접 공항을 돌며 경고 사격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새들이 ‘사실은 위험한 것이 맞구나’라고 생각하며 도망치기 때문이다.

한국의 버드 스트라이크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의 항공기 조류 충돌 건수는 2011~2016년간 총 1036건 발생했다. 2011년 92건이었던 국내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 건수는 2012년 160건, 2013년 136건, 2014년 234건, 2015년 287건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국내 11개 공항에서 수거한 약 350건의 항공기 충돌 조류 잔해를 유전자 분석한 결과, 종다리(10.86%), 멧비둘기(5.92%), 황조롱이(3.62%) 순으로 충돌 빈도수가 많았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공항 안팎에 서식하는 식물들이 곤충은 물론 종다리, 제비처럼 식물이나 곤충을 먹이로 삼는 조류를 이끄는 요인이 되며, 이는 다시 황조롱이 같은 육식성 조류의 유입을 불러오는 것으로 파악했다.

국내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 건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지구온난화가 심화돼 철새들의 이동 횟수가 잦아지고 한반도 내 체류와 먹이활동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는 ‘종다리’의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종다리는 국내 전역에 번식하는 텃새로 특히 겨울에 군집 생활을 하며 떼를 지어 이동하기 때문에 항공기와 충돌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항공기 조종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며 예측할 수 없는 사고인 버드 스트라이크.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인 만큼 새와 항공기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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