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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선장을 맞아 다시 출항한 '대한민국호'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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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선장을 맞아 다시 출항한 '대한민국호'의 미래
  • 편집국장 강동수
  • 승인 2017.05.1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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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묵은 적폐 청소해 100년 후를 내다 본 새판짜기에 혼신의 노력 다할 때 / 편집국장 강동수
편집국장 강동수
“휴, 이제 한 고비를 넘겼구나.” 9일 자정 무렵 대통령선거 개표가 절반 넘게 끝나고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문재인 후보가 광화문에서 국민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보면서 나는 자신도 모르게 긴 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10월부터 반년도 넘게 숨 가쁘게 이어져온 격변의 순간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권한 남용,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입학이 드러나면서 꼭꼭 감춰진 국정 농단의 한 자락이 들춰진 데 이어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비리가 터지고, 한 방송사의 태블릿 PC 보도를 고비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유착관계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던 게 지난 가을의 일이다. 민주공화정의 훼손에 분노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섰고, 잇따라 국회의 대통령 탄핵 의결, 이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과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그리고 그 결과로 실시된 장미대선… 그 짧은 시간에 펼쳐졌던 한국 사회의 드라마는 일일이 들먹이기조차 숨차다. 지금에야 이렇게 줄줄 읊어대지만 그 사건 하나 하나마다 국민들은 얼마나 분노하고 얼마나 허탈해 했던가. 이른바 촛불과 태극기로 나뉜 국민들은 또 거리에서 얼마나 갈등과 대립을 거듭했던가. 어쨌거나, 다른 나라에서라면 이십 년, 삼십 년에 걸쳐 일어날까 말까 하는 일을 겨우 반년 동안에 겪어내야 했던 우리들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인내를 가지고 헝클어진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낸 것은 국민들이었다. 그리고 그 얽히고설킨 실타래 풀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일단락된 셈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축하를 드리겠다. 선거란 게 원래 시끌벅적한 것이지만 주요 후보만 다섯 명이 나온 이번 선거는 유난히 말과 말이 부딪치는 경우가 많았던 듯 싶다.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와 당선증을 손에 쥐었을 때 문 대통령의 감회는 남달랐을 것이다. 이번 선거의 시대적 의미는 자명하다. 우선 사회 곳곳에 오래 쌓인 폐단을 청소해 사회적 활력을 되찾는 일이 급선무 일 터다. 적폐는 정치 분야에 한정된 것도 아니고, 박근혜 정부만의 책임도 아니다. 해방 이후 70년 넘게 앞만 바라보고 달려오면서 압축 성장에 골몰한 결과다. 운동선수가 체력을 보강한다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보약을 먹은 끝에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낀 격이라고나 할까. 이제는 차분히 피를 다시 맑게 해  사회 곳곳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할 때가 아닌가. 또다른 의미도 있다. 향후 100년을 대비한 '새판짜기'가 그것이다. 경제성장 모델에서부터, 고용, 복지 등등 그 동안 만들고 운용해 온 제도가 노후화돼 삐걱거리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던가, 산업화 이후의 산업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취업을 못해 방황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노후가 불안해 전전긍긍하는 노인 세대를 안정적으로 부양할 장기적인 플랜을 짜야 할 때이기도 하다. 당장 손 봐야 할 데가 한 두군데가 아니다. 재벌 개혁, 연금 제도, 노사관계, 출산 대책... 급변하는 동북아 질서 속에서 국가의 안전보장도 놓칠 수 없는 문제다. 자국 이기주의를 거침없이 드러내며 동북아의 지배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미국, 대국주의를 앞세워 새로운 맹주 노릇을 하려는 중국, 그리고 호시탐탐 전쟁국가를 꿈꾸며 재무장에 분주한 일본에 우리는 둘러싸여 있다. 거기에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핵과 미사일을 펑펑 쏘아대는 북한...몰아치는 삼각 파도 속에서 어떻게 하면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를 창출해 우리의 안전과 존엄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는 현실적이고 급박한 우리의 생존 전략이 아닌가.  하지만 본격적인 실타래 풀기는 지금부터다. 문 대통령은 서툰 주방장이 어지럽혀 놓은 주방을 인수받은 새 주방장이 아닌가. 요리를 하기 전에 개수통에 산처럼 쌓인 접시부터 설거지해야 할 판이다. 사드니, 북핵이니, 일본과의 위안부 문제 재협상이니, 당장 외교·안보만 해도 난제가 한 둘이 아니다. 게다가 경제를 되살려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 복지를 대폭 확충하겠다고 한 자신의 공약도 지켜야 한다. 지난 탄핵 정국 이후 갈가리 찢긴 민심도 수습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는 무엇보다 야당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 그게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초장부터 갈등을 빚어선 만사휴의다. 아무쪼록 야당과 의논성 있게 문제를 하나 하나 풀어갈 일이다. 그러려면, 인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총리 인준이나 장관 청문회 따위로 허송세월해선 될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 스스로 정성을 다해 숨은 인재를 찾아내 적재적소에 채워 넣어야 한다. 본인의 다짐대로 야당과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며 대화하려는 자세를 실천할 일이다. 일을 하다보면 속 터지는 일이 왜 없겠는가. 그래도 어쩌겠는가. 대통령이 인내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얻은 41.1%의 득표율의 의미를 깊이 생각할 일이다. 국민은 그에게 과반수를 허락하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적은 표를 준 것도 아니다. 40%대는 국정 운영에 크게 끌려다니지 않을 정도의 지지도이지만, 대통령의 독선과 불통을 허용하는 지지도도 아니다. 50%를 넘은 득표율에 과반수의 의석을 가진 집권당의 뒷받침을 받고 출발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산도 결국은 오만과 불통 때문이 아니었던가. 문 대통령이 취임 첫날 보여준 행보는 나쁘지 않았다. 곧바로 국정의 채를 쥐어야 하는 상황 때문이긴 했지만 대통령으로서의 첫 업무를 야당의 당사 방문으로부터 시작한 것이나 국회 로비에서 지극히 간단하게 취임식을 치러낸 것은 상황의 엄중함을 잘 이해하고 있는 증표로 보였다. 청와대로 가는 내내 차 위로 상반신을 일으켜 연도의 국민에게 손을 흔들고, 마중 나온 청와대 인근 주민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는 장면도 보기 좋았다. 부디 일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끝까지 그런 자세를 견지하시라. 본인이 취임사에서 말 한 대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 모두를 보듬어 안고 섬기시라. 야당들에게도 할 말이 있다. 아직까지는 선거 패배의 충격이 적지 않을 테고, 당내 재정비에 나서야 하겠지만 국정의 순조로운 출발이 우선이다. 문 대통령이 처해 있는 상황의 엄중함을 야당이라고 해서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를 구성해서 두어 달 동안 여유 있게 준비했던 다른 대통령들과는 달리 당선되자마자 산적한 국정 현안과 씨름해야 할 형편에 놓인 대통령이다. 그러니 국정 시스템이 안정될 때까지만이라도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할 일이다. 총리나 장관처럼 대통령이 당장 써야 할 사람들은 크게 잘못된 인사가 아니면 토를 달지 말고 통과시키는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 대통령이 일할 최소한의 여건을 만들어 주고 나서 비판을 하든, 견제를 하든 해야 하지 않겠는가. 행여라도 대통령을 나무 위에 올려놓고 “너 어쩌는가 보자”고 흔들어댄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말 나온 김에,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들에게도 위로의 말 한마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이른바 ‘막말 파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난파 직전의 자유한국당을 최소한으로 추스른 공은 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분투하면서 자신이 주창한 ‘개혁보수’의 촛불을 계속 켜들 불씨는 살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도 막판 사표 심리 때문에 예상보다 득표가 저조하기는 했지만, 국민들에게 진보의 가치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내상이 제일 클 것 같다. 한때 문 대통령과 양강구도를 형성하기도 했던 안 후보는 3위로 처진 데다 주요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완패해 충격이 클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미래 가치를 제시한 공은 있는 만큼 자신의 실패 원인을 꼼꼼히 분석해 재기하기 바란다. 어쨌거나, 이렇게 해서 한국 사회를 휘감았던 분열과 갈등, 불확실성이라는 이름의 안개 한 자락이 걷혔다. 이제는 대통령도 정치권도, 사회 각계 각층도, 그리고 국민들도 심기일전해 새로운 바다를 향해 출항해야 할 때다. 그 모든 사람을 태운 ‘대한민국호’의 선장은 문재인이다. 설렘과 기대, 그리고 날카로운 감시의 눈으로 선장의 조타술을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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