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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수련회 조교, 무자격 아르바이트생 채용…"사고 나면 누구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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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수련회 조교, 무자격 아르바이트생 채용…"사고 나면 누구 책임?"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5.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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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교사 직접 통솔이 원칙이지만 위탁도 가능…문제 보완 노력하겠다" / 정인혜 기자
(사진: 구글 무료이미지).
최근 아르바이트 중개 사이트에서 일자리를 찾던 대학생 정재윤(24) 씨는 깜짝 놀랐다. 중고생 ‘수련회 조교’를 모집한다는 글이 있었기 때문. 해당 공고에 따르면, 수련회 조교가 되기 위해서는 별다른 조건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격 요건란에도 "자격 없음. 성격 밝고 용모 단정하신 분 환영합니다"라는 글이 적혀있을 뿐이었다.  정 씨는 “1박이든 2박이든 학생들을 전담하는 사람들에게 별다른 자격을 요하지 않는다는 게 참 이상하다”며 “학창시절 수련회 때 만났던 조교 선생님들이 다 아르바이트생이었다는 것도 충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자격 조교가 논란이 됐던 게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요즘엔 알바생 조교 밑에서 사고가 나면 책임은 누가 지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초중고교 학생들의 심신 수련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수련회를 담당하는 수련회 담당 교사, 이른바 ‘조교’들 중 대부분이 무자격 아르바이트생들이 많아 안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기합, 레크레이션 등 신체 활동 프로그램이 주가 되는 수련회의 특성상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청소년지도사 등 관련 자격이 없는 아르바이트생들이 학생들을 담당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주부 이희정(37) 씨는 6월로 예정된 큰딸 김모(18) 양의 수련회가 영 꺼림칙하다. 김 양이 중학교 때 당했던 사고 때문이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김 양은 수련회에서 휴대전화를 만졌다는 이유로 기합을 받다가 발목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었다.  이 씨는 “아이도 가기 싫어하는 눈치고 나도 보내기 싫었는데, 안 보낸다고 했더니 학교에서 전화 오고 난리가 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보내기로 했다”며 “그냥 깔끔하게 여행이나 가면 좋으련만 무자격 아르바이트생들 밑에서 무슨 대단한 교훈을 얻어오겠다는 건지... 다치지나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련회의 안전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매년 학생들의 수련회가 집중된 5~6월에는 수련회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올라온다. 지난 2013년에는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던 학생들이 무자격 교관의 지시에 따라 물에 들어갔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수련회 교관을 검색하면, 수련회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사진: 구글 뉴스 검색 페이지 캡처).
수백 명의 학생을 지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련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수련회 조교의 자격에 대한 검증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상 학교 수련회는 레크리에이션·이벤트 업체에서 진행하는데, 이들 업체는 학교와 수련회 계약이 체결되면 수련회를 진행할 조교를 단발적으로 모집한다. 수련회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곳이 아니다 보니 전문가인 ‘청소년 지도사’가 아니라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것이다. 부산 소재 한 이벤트 업체 관계자는 “봄, 가을께 수련회가 집중되고 다른 기간에는 수련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 기간에만 조교들을 모집한다”며 “청소년 지도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우대하지만, 아니어도 별 상관없다. 단기 아르바이트 찾는 대학생 중에 청소년 지도 자격 갖춘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수련회나 현장체험 학습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은 교사가 직접 통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전문성을 요하는 프로그램은 사설 담당자에게 위탁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가끔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수련회가 집중된 철이니만큼, 안전성 문제 보완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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