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 체육 시설 등 야외 공공장소 역시 금연구역인데도 일부 흡연자들이 대기에 노출된 장소라는 이유로 함부로 흡연을 하고 있어 비흡연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9조 금연을 위한 조치에 따르면, 버스 정류장, 1000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체육 시설 등 공공장소는 금연구역이다. 또한, 지자체가 다수인이 모이거나 오가는 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처럼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공공장소에서 흡연하면 10만 원 이내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흡연자들은 아직 실외 금연구역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다.
대학생 정지원(22, 부산시 사상구 학장동) 씨는 한 달 전 친구들과 사직구장을 찾았다. 신나게 응원하던 정 씨는 좌석 뒤쪽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뒤를 돌아보니 중년 남성 두 명이 좌석 맨 뒷자리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비흡연자인 정 씨는 불쾌한 담배 냄새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정 씨는 “흡연 장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야구장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정말 매너 없는 행동이다. 복도뿐만 아니라 경기장 안에도 단속을 더 철저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사직구장 안은 금연구역이다. 이곳에서 흡연하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직구장에는 실내 흡연실 대신 야외 흡연실이 마련돼 있고 중앙 상단석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 복도가 흡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구장 안 복도는 물론 좌석이 있는 경기장 안에서도 흡연이 멈추지 않고 있다. 미취학 아동을 자녀로 두고 있는 정희진(43, 부산시 연제구) 씨는 “구장 밖에 야외 흡연 부스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개찰구 앞에서 담배를 피운다”며 “간접 흡연이 걱정돼서 야구장에 가족끼리 오지도 못하겠다”고 혀를 찼다.
하지만 흡연자들을 단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직구장 관계자는 “야외에 흡연 부스가 있어도 안에서 대수롭지 않게 담배를 핀다”며 “항상 나가서 피우라고 단속해도 그때 뿐이다. 워낙 많다보니 적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신 5개월차인 신민정(32, 부산시 금정구) 씨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마다 고역을 겪고 있다. 금연구역임에도 불구하고 버스를 기다리면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 때문이다. 신 씨는 “임산부라서 간접 흡연을 특히 조심해야 하는데 버스가 올 때까지 담배 연기가 나서 힘들다”며 “금연구역이라고 한소리 하고 싶었지만 흡연자들이 도리어 화를 낼까봐 말을 못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신 씨는 “버스 정류장에서 담배 피는 사람을 많이 봤지만 단속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단속을 하고는 있나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버스 정류장 시설로부터 10m 이내에서 흡연을 하면 2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흡연하는 사람에 비해 단속하는 사람의 수가 부족해 단속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일부 지역 버스 정류장에 있는 금연 안내 홍보 시스템인 금연벨을 전 구역에 설치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부산 금정구 보건소 관계자는 “금정구에선 행인이 많은 노포동을 중심으로 4명이 단속 업무에 나서고 있다”며 “금연벨을 설치한 공공장소가 있지만 대부분의 버스 정류장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바로 설치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 정한 금연구역에서도 흡연자들은 금연구역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흡연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부산시 남구 대연동 경성대·부경대 인근 ‘젊음의 거리’라고 불리는 용소로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해당 구간은 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서 부산예술회관까지 800m이다.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국민건강증진법과 남구 금연 환경 조성 및 금연구역 지정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과태료 2만 원을 내야한다.
경성대에 재학 중인 오승윤(24, 부산시 동래구 사직동) 씨는 “그 길을 자주 지나다니는데 흡연자들을 가끔 목격한다”며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담배 연기를 막 내뱉는다. 담배를 피워도 잡는 사람이 없으니까 배짱이 두둑해졌다. 비흡연자에 대한 배려가 없어도 너무 없다”고 말했다.
최지현(21, 부산시 사상구) 씨는 “사람들이 하도 담배를 많이 펴서 금연구역인지도 몰랐다”며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장소에서는 제발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작년에 금연구역으로 지정이 되었기 때문에 올해는 홍보와 단속에 더 신경 쓰고 있다”며 “작년보다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해 금연 지도원의 고용기간을 늘려 연말까지 매일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흡연자들도 할 말은 있다. 금연 장소가 확대되면서 야외에서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이 갈 수록 줄어들어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 일부 흡연자들은 단속에 앞서 야외 흡연 구역이나 흡연 부스를 더 설치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흡연자 김모(34, 부산시 사상구 모라동) 씨는 “흡연권도 보장하면서 단속해야 하는데 금연구역이 늘어나면서 담배를 당당하게 필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며 “밖에서 담배를 피우려고 꺼내면 사람들이 눈치를 줘서 숨어서 피게 된다. 국가가 담배를 판매하는 게 현실이라면 흡연 구역을 더 지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