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 행인에 피해, 불똥 튀어 화상 우려도...서울시는 '보행 중 흡연 금지' 도입 검토 / 김수정 기자
보행 중 흡연을 가리키는 이른바 ‘길빵’에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보행 중 흡연은 비흡연자들에게 간접 흡연에 노출시킬 뿐만 아니라, 각종 안전 사고의 우려도 높다. 보행 중 흡연대해 비흡연자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흡연자들은 최소한의 흡연권을 보장하지 않는 정부 정책 탓도 있다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길빵으로 인해 겪는 피해를 호소하는 비흡연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대학생 이모(23) 씨는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흡연 구역이 정해져 있는데 왜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박모(20) 씨는 “걸으면서 담배를 피우면 뒤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그 연기와 냄새를 맡게 된다. 정말 배려 없는 행동”이라고 분개했다.
보행 중 흡연으로 인한 간접 흡연 말고도 어린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부 최모(35) 씨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길을 가다 보면, 횡단보도에서 대기할 때 흡연하는 사람들이 있다. 혹여나 아이에게 담배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걱정돼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길에서 흡연한 후 던진 담배꽁초에 어린아이가 화상을 입는 사례도 있다. 2001년 일본에서는 어린아이가 눈을 다쳐 실명한 이후 일부 거리에선 보행 중 흡연이 금지됐다. 이처럼 보행 중 흡연은 간접흡연 뿐 아니라, 화상을 일으키는 잠재적인 '흉기'로 작용하고 있다.
비흡연자의 불만이 잇따르면서, 서울시가 오는 9~10월 께 '보행 중 흡연금지'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보행 중 흡연 금지는 지난 7~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7 함께서울 정책박람회'에서 시민, 공무원, 전문가 등으로부터 88.2%의 압도적인 찬성을 받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조레 등을 통해 보행 중 흡연 금지 정책을 입안해 100일 후 쯤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일부 지역이나 거리에 한해 시범적으로 보행 중 흡연 금지 정책을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반면, 흡연자들도 나름의 애로 사항을 호소하고 있다. 흡연할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거리에서 흡연한다는 것. 흡연자 이모(56) 씨는 “거리를 다니다 보면, 마땅히 담배를 태울 곳이 없다. 그렇다 보니, 잠시 길에 서서 흡연을 하게 된다. 흡연할 수 있는 부스가 따로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비흡연자들 중에도 흡연자들을 위한 흡연 부스를 곳곳에 확대해주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네티즌 jetj****은 “비흡연자지만, 정부가 말만 하지 말고 세금으로 흡연자들의 흡연 장소를 마련해줬으면 한다. 그 후에 길빵하는 사람들에게 가차 없이 벌금을 매겨라. 길빵도 싫지만 이를 방관하는 정부가 더 밉다”고 말했다. 네티즌 tmfq****은 “길빵이나 담배 자체도 극혐하지만, 흡연자를 위한 흡연 부스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