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소방차 긴급 출동을 가로막는 차량들은 훼손 우려와 상관없이 강제 제거, 이동된다. 특히 불법 주차된 차량은 훼손돼도 보상받지 못한다.
소방청은 7일 긴급 출동 차량의 통행 확보를 위해 이 같은 손실 보상 규정을 담은 개정 소방기본법을 오는 6월 27일 시행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소방청은 개정법 시행과 함께 긴급 상황 시 통행로 확보를 위해 주정차 차량을 제거·이동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강제 이동으로 차량을 훼손해도 소방청은 이에 대한 손실 보상을 하지 않는다.
개정 소방기본법은 소방청장이나 시·도지사가 손실보상심의위원회 심사·의결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강제했다. 다만, 불법 주정차로 소방 활동을 방해한 차량은 보상에서 제외된다. 이를 위해 소방 당국은 지자체와 협의해 개정법 시행 전까지 피해 우려 지역의 주차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행 소방기본법 25조 3항에도 긴급 출동에 방해가 되는 주정차 차량과 물건을 제거·이동시키는 것은 가능하게 돼있다. 그러나 손실 보상 절차 등이 미비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심지어 문제 발생 시 소방관들이 개인 돈으로 보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소방청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12월 21일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불법 주차 차량 20여 대가 소방 장비의 통행을 막아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불법 주차 차량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일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소방청의 단호한 결정에 적극 환영하며 지지했다. 한 네티즌은 “진작에 이랬어야 했다”며 “사람 목숨이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아무리 주차할 곳이 없어도 소방 구역 피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한 결정”이라며 “자기 잘못 생각은 안하고 내 차 긁었다고 성내는 사람들이 있을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차주들이 불법 주차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달라며 호소했다. 한 네티즌은 “불법 주차를 왜 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불법 주차를 하지말라고 하기 전에 먼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나도 불법 주차하기 싫지만 다른 선택권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일각에서 제기한 ‘주차 공간 확보’ 주장에 힘을 더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소방 활동 중에 훼손된 차량 소유자와의 분쟁이 불 보듯 뻔하다”며 “이것은 불법 주차 단속으로 해결할 수 없다. 중장기적으로 각 지역에 필요한 수준의 주차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