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K 리그 이어 이번 아시안 컵까지...VAR 판독 변수에 울고 웃는 축구경기
취재기자 강지원
승인 2019.01.1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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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컵은 8강부터 도입...K-리그는 2017년부터 도입 시행 중 / 강지원 기자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축구 팬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것은 비디오 판독 시스템 ‘VAR(Video Assistant Referees)’이었다.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3차전이었던 우리나라와 독일과의 경기에서 김영권 선수의 선제골 인정 역시 VAR의 판독 결과여서 더욱 극적이었다. 그만큼 최근 들어 축구 경기에서 오심을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과학적 움직임이 분주하다. 1월 7일 필리핀 전으로 시작된 2019 아시안컵에서는 8강부터 VAR이 적용된다. 우리 대표팀이 8강 이상에 진출한다면, VAR이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또 하나의 변수가 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전북 현대 모터스가 연류가 된 심판 매수 사건이 K리그에도 발생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VAR의 도입이 검토됐다. 그후 K리그는 준비 기간을 거쳐 2017년 시즌 도중 갑작스레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 경기마다 12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여러 대의 4분할 모니터로 VAR 영상을 잡는다. 어느덧 K리그가 VAR을 사용한 지 2년차에 접어들었다.
K리그에서 VAR이 처음으로 효력을 발휘했던 건 지난 2017시즌 7월 1일 문수축구 경기장에서 열렸던 울산 현대 축구단과 수원 삼성 블루윙즈 간의 경기였다. 해당 경기가 1대1로 진행되던 상황에서 터졌던 울산 현대 축구단 소속인 이종호 선수의 골이 VAR의 판독 후 취소됐던 것. 선제골을 도왔던 크로스 과정 직전에 울산 현대 축구단의 한승규 선수가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김종우 선수를 상대로 거친 태클을 한 것이 VAR 판독 후 반칙 처리돼면서 현대의 골도 무효가 됐다. 울산 현대 축구단의 열렬한 팬인 류호선(21) 씨는 “팬으로써 그 당시 골이 취소된 건 아쉬웠죠. 그러나 VAR로 인해 그 장면과 같이 오심을 줄이는 장면이 증가해 K리그 경기 환경이 개선되는 것 같아요”라며 VAR의 긍정적인 면을 언급했다.
최근 사례로는 작년 11월에 열렸던 FC 서울과 전남 드래곤즈 간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나왔던 FC 서울의 페널티킥 장면이었다. 박주영 선수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걸려 넘어진 상황이 VAR 판독 후 파울로 인정되면서 페널티킥이 선언돼 FC 서울의 3대2 승리에 기여했다. 당시 판정이 경기 결과에 직결되는 VAR 판정이었기에 FC 사울 팬들을 더욱 흥분시켰다.
이렇듯, 자칫 넘어가면 경기 종류 후 논란이 될 수 있었던 장면들을 날카롭게 잡아내는 등 VAR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면들이 많았지만, 그와 동시에 몇몇 논란을 낳기도 했다.
2017년 울산 현대 축구단과 수원 삼성 블루윙즈 간의 경기에서 나온 VAR 판독 장면이 아쉬운 점을 남겼다. 비디오 판독관이 주심에게 VAR을 확인해보라는 지시부터 시작해서 최종적으로 문제가 됐던 태클 장면이 비디오 판독 후 반칙으로 인정되기까지 시간이 총 6분 33초나 걸렸다. 이 문제와 관련해 부산 해운대구 12세 이하 축구팀 Bex FC의 코치인 이승민(26) 씨는 “VAR이 도입된 후부터 판독하는 과정으로 인해 경기의 흐름이나 템포가 끊기는 장면이 많아졌어요”라며 VAR의 아쉬운 점을 지적했다.
VAR판독의 시행 여부 자체가 주심의 권한인 것 역시 문제가 된다. 경기에서 판정이 애매한 상황이 나온다 하더라도 주심이 VAR을 판독하려 하지 않는다면 결국엔 해당 오심을 바로잡을 수 없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사례를 보더라도 3, 4위전을 제외한 62경기 중 비디오 판독관이 애매하다고 체크한 장면은 총 440컷이었지만, 그 중 주심이 VAR을 확인했던 장면은 19번뿐이었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팬인 최현우(26) 씨는 “물론 K리그에서 VAR이 지난 시즌에 비해서는 더욱 발전한 것 같아요. 그러나 여전히 주심의 VAR 판독 결정 여부에 대해 아쉬운 장면이 있기 때문에 추후에는 각 구단의 벤치에서 주심에게 VAR 판독을 떳떳하게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세 번씩 주는 제도를 축구연맹에서 검토해 보는 건 어떨까 싶네요”라고 개선점을 제안했다. 또한 울산 현대 축구단 팬인 김기범(20) 씨는 “심판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판정을 정확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러니까 VAR을 확인할 수 있는 권리가 구단에게도 나눠진다면 심판들의 부담도 줄 것 같아요”라고 의견을 내비쳤다.
VAR이 특정 구단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 역시 존재한다. 리그 내에서 하위권 팀들에게는 주심의 VAR판독이 애매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잘 나오지 않지만, 유독 상위권 팀들에게 주심이 VAR 판독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이런 상황이 문제가 됐다. 당시 월드컵에서도 주심이 상대적으로 축구 시장에서 영향력이 막대한 몇몇 유럽 국가들에게 애매한 상황에서 VAR 판독 기회를 주었고, 그 외에 아시아, 아메리카, 혹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는 판정이 애매한 상황이면서도 주심이 VAR을 확인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들이 논란이 됐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포르투갈과 모로코 간의 경기에서 포르투갈의 수비수인 페페가 핸드볼 반칙을 하는 장면이 잡혔지만, 주심은 VAR을 확인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상주상무 프로축구단 팬인 이도형(20) 씨는 “국제 대회나 리그 같은 클럽 대항전에서 VAR이 전체적으로 축구 강대국, 혹은 강팀들에게만 수혜가 돌아가는 것 같아요”라고 아쉬움을 밝혔다.
물론 아직은 완벽하지 못하고 어쩌면 진화 중이라고 할 수 있는 VAR을 위해 K리그에서는 다른 대안들을 모색 중이다. K리그에서는 현재 심판 관리 시스템인 ‘KRMS(K league Referee Management System)’ 도입을 검토 중인데, 현재는 축구 연맹과 심판 위원회 사이에서만 정보를 공유하고 추후에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다. KRMS는 K리그 내에서 심판들이 얼마나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을 하는가에 따라 평점을 매기는 제도로, 특히 VAR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민감할 수 있는 페널티킥 판정이나 퇴장 판정이 심판들의 평점을 크게 좌우한다. 페널티킥 선언이나 퇴장 판결에 대한 주심의 오심이 발생한다면, 해당 주심은 KRMS의 관리 하에 평점이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현재도 K리그에서는 자질이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심판은 K리그 2부 리그로 강등시키는 과감한 조치를 시행 중인데, KRMS가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심판들의 주의가 환기될 것이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옛날부터 스포츠 세계에서는 수없이 강조됐던 문구다. 그러나 나날이 여러 가지 말도 안 되는 오심들이 속출하면서 이제는 그 문구도 단지 옛말에 불과하다. K리그와 마찬가지로 유럽 5대 리그에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제외한 모든 리그에서 이미 VAR을 시행하고 있을 정도로 VAR은 이제는 그라운드의 또 다른 심판으로 자리매김했다. Bex FC의 코치 이승민(26) 씨는 “VAR이 영향력이 커졌기에 VAR로 인해 생겨난 긍정적인 면들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을 고쳐나가야 해요. 그렇다면 머지않아 보다 깨끗한 축구 경기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며 VAR의 발전을 기대했다.
59년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에 8강전 이상부터 적용되는 VAR 판독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