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설립, 세계 42개 지부 활동 중...하고 싶은 일, 만나고 싶은 사람 주선, 소원 성취해준다 / 최경민 기자
‘난치병.’ 원인이 불분명하며 치료법이 아직 확립되지 않아 완치가 어려운 질환을 총칭하는 말이다. 현재 난치병에 투병 중인 환자의 수는 통계적으로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곳이 있다. 바로 ‘메이크어위시 재단’이다. 메이크어위시 재단은 백혈병, 뇌종양 등 난치병으로 투병 중인 만 3세에서 18세까지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성취기관으로, 현재 전 세계 42개 지부를 두고 있고, 45만 명 이상의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이루어줬다. 메이크어위시 재단 한국지부은 2002년 11월에 세계에서 26번째로 설립됐으며, 지금까지 4143명의 난치병 아동들 소원을 들어줬다.
메이크어위시 재단은 1980년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백혈병을 앓던 일곱 살 크리스의 일화를 계기로 설립됐다. 크리스는 경찰관이 되고 싶은 소원을 갖고 있었다. 미국 애리조나 주 경찰국의 도움으로 크리스는 명예 경찰관이 되어 경찰 제복을 입고 명예 경찰 선서를 했고 경찰 헬기를 타고 범인을 잡는 체험을 했다. 크리스는 당시 생애 최고의 날을 경험했다. 크리스가 세상을 떠난 후, 이 일을 계기로 크리스의 부모와 소원을 들어줬던 경찰 5명은 난치병 아동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시작했고, 발전하여 현재 세계 최대 소원성취 전문기관이 됐다.
메이크어위시 재단은 소원을 이루어지는 과정을 ‘소원 여행(Wish Journey)’이라고 칭한다. 소원 여행은 총 5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사전 준비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소원 신청을 했거나 추천을 통해 접수된 위시키드(메이크어위시 재단을 통해 소원을 이루는 아이들) 중 특정 기준에 만족해 선정된 아동이 팀을 이루고 있는 봉사자들에게 배정된다. 메이크어위시 재단 한국지부 대외협력팀에서 홍보 및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한아름 대리는 특정 기준에 대해 만 3세~18세라는 연령 내에서 메이크어위시 재단 국제본부에서 선정한 메디컬 리스트에 포함된 난치병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를 선정하며 기타 질환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사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아동방문 및 소원 도출 단계다. 이 단계에서 배정된 봉사자들은 평균 1~3회 위시키드를 만나 신뢰관계를 형성하여 위시키드가 진정으로 원하는 소원을 도출해낸다. 이 때 소원의 유형은 ‘되고 싶어요’, ‘만나고 싶어요’, ‘하고 싶어요’, ‘갖고 싶어요’, ‘가고 싶어요’로 나뉜다. 봉사자들은 위시키드의 관심거리나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대화를 하며 위시키드의 소원을 파악한다. 부산에서 메이크어위시 재단 활동을 하고 있는 한상술(42, 부산 동래구) 씨는 “배정받은 아동에게 방문할 때 주의해야할 점이 많다. 특히 봉사자들의 청결이 아동의 건강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만나기 전에 손소독제도 바르고 사소한 접촉도 조심한다. 그리고 때로는 방문 당일에 어린이의 건강상태나 감정상태 등에 문제가 있어서 방문을 다음으로 미루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위시데이 준비단계다. 위시데이란 위시키드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을 말한다. 이 단계에서는 위시키드의 소원의 유형에 따라 위시데이와 관련한 준비가 이루어진다. ‘만나고 싶어요’ 위시를 원하는 경우 봉사자들은 그 대상의 관계자나 이메일을 통해 섭외한다. 위시키드가 만나고 싶어 하는 대상으로는 연예인, 광고디자이너, CEO 등 다양하다. ‘가고 싶어요’의 경우 봉사자들은 위시키드가 병원을 벗어나 평소 가고 싶었던 곳을 파악하여 위시데이를 준비한다. 이 경우 박물관이나 집 등 다양한 장소들이 도출된다.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경우에는 담당의사의 여행 승인에 따라 국내여행 또는 해외여행을 계획한다. ‘갖고 싶어요’를 원하는 위시키드를 위해서는 갖고 싶은 물품에 의미를 부여해 특별한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기획한다.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위시키드의 성향에 따라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되고 싶어요’나 ‘하고 싶어요’의 경우, 소원과 관련된 전문가 또는 관련기관, 장소업체와 협력하여 소원을 진행할 수 있는 장소를 섭외한다. 한상술 씨는 “아이들이 건강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이벤트 기획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려고 하고, 가끔은 어린이의 건강 상태가 나빠져 기획을 중단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생기곤 한다”고 말했다.
네 번째는 위시데이 연출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위시데이 준비단계에서 기획했던 이벤트를 진행한다. 실제로 ‘단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지유(11) 양은 평소 크리에이터 도티, 잠뜰의 영상을 보며 힘을 냈다. 단장증후군이란 선천성 또는 생후 수술 절제로 전체 소장의 50% 이상이 소실되어 흡수 장애와 영양실조를 일으키는 소화기 계통의 질환이다. 지유 양의 소원은 크리에이터 도티, 잠뜰을 만나는 것이었고, 메이크어위시 재단 한국지부를 통해 소원을 이뤘다. 지난헤 11월 10일 서울 강남구 샌드박스 네트워크 사무실에서 이지유 양은 신입 크리에이터 임명식을 시작으로 ‘도티’, ‘잠뜰’과 함께 직접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하고 유튜브 방송 체험을 하는 등 크리에이터의 경험을 했다. 크리에이터 경험을 마친 임지유 양은 도티, 잠뜰과 평소 크리에이터와 관련해서 궁금했던 점들을 묻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한상술 씨는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서 단순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갖고 싶은 것을 사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원을 바탕으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위시데이를 연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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