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배우 장자연 성 접대 의혹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배우 윤지오 씨가 최근 용기를 내 진술에 나선 가운데, 그의 신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고 장자연 씨 관련 증언한 윤모 씨 신변보호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은 24만 4628명이 동의해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 청원은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각 부처 장관 등 정부의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청원인은 청원 이유로 “목격자 진술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회의 불이익이나 신변에 위험이 없도록 윤지오 씨의 신변보호를 청원한다. 정의로운 사회, 그 밑바탕은 진실을 밝히는 사람들의 힘이다. 10년간 숨어 살아야 했던 제2의 피해자 윤지오 씨의 신변보호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청원한다”고 했다.
윤 씨는 2009년 발생한 ‘장자연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장자연 사건은 배우 장 씨가 2008년 8월 술자리와 성 접대를 강요받고 2009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자택에서 극단적으로 생을 마감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장 씨는 성 상납과 폭력을 당했다면서 ‘장자연 리스트’라고 불리는 문건을 남겼다. 여기에는 기업인, 언론사 관계자,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의 실명이 담겼다.
윤 씨는 장 씨의 동료로 성 접대가 이뤄지는 공간에 함께 있었다. 그는 장 씨의 사망 후 2009년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윤 씨는 그간 성 접대 대상 명단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그의 얼굴과 이름의 노출도 꺼렸다.
이후 윤 씨는 지난 5일 처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은 장 씨의 사망 10주기였다. 윤 씨는 이날 tbs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의 실명, 얼굴 등을 공개하고 ‘장자연 리스트’로 알려진 장 씨의 문건에 대해 인터뷰했다.
윤 씨는 이어 지난 12일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윤 씨는 정치인 1명과 언론인 3명 등 장 씨의 문건에 포함된 이들의 실명을 밝혔다. 윤 씨는 이날 자신이 목격한 장 씨의 문건은 유서가 아닌 성 접대 의혹 당사자들의 이름이 담긴 문건이라고 밝혔다.
윤 씨는 현재 혹시 있을지도 모를 신변 위협에 대비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 거처를 마련하고 외출시 사설 경비원을 동행하고 있다. CBS 유튜브 프로그램 <댓꿀쇼>에 따르면, 윤 씨는 그간 조선일보의 추격과 미행을 당하는 등 불안정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는 회사 로고가 새겨진 차량으로 윤 씨를 쫓거나 윤 씨가 캐나다에서 다니던 교회, 거래하는 업체에 접근했다고 한다.
윤 씨는 지난 13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매일 홀로 짐을 싸고 몰래 거처를 이동했는데 오늘(13일)부터 여성가족부에서 지원해주신 숙소에서 머무를 수 있게 됐다.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은 24시간 촬영으로 기록하고 전송하는 것이다. 촬영팀께서 함께 동행해주고 계신다. 또 신변보호를 기다리기엔 어려움이 있어 사비로 24시간 사설 경호원을 대동하게 됐다”고 근황을 전했다.
한편 윤 씨는 장자연 사건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을 촉구했다. 지난 12일 장 씨의 문건에 대한 자신의 폭로가 반향을 크게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등으로 물의를 빚은 가수 정준영이 이날 급하게 입국해 이목은 정준영으로 쏠린 바 있다.
윤 씨는 "유독 언니의 사건이 오를 때마다 자극적인 보도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용기 낼 수밖에 없었다. 사회가 일순간 변하긴 어렵겠지만 민들레 씨앗처럼 조금씩 사회의 변화가 생겨가길 소망한다. 제가 본 대한민국은 아직 권력과 재력이 먼저인 슬픈 사회다. 범죄의 범위를 크다, 작다 규정지을 수 없고 모든 범죄는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