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소방관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새까맣게 변한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이 야외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 사진이었는데, 당시 부산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를 하루 종일 진압하고 난 뒤 소방관이 먹은 첫 끼였다고 한다. 나는 그 사진을 보자마자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고생하는 소방관들은 정작 밥 한 끼조차 든든하게 먹지 못한 채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딱히 없었다. 그저 기사 댓글에 안타까운 마음과 응원의 메시지만 보낼 뿐이었다.
이러한 소방관들을 위해 국가에서 조금 더 나은 근무환경과 혜택 제공이 필요해 보였는데, 드디어 지난달 19일 소방관들의 국가직 전환을 위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됐다. 지방직 소방공무원에서 국가직 소방공무원으로 바뀌면서 소방관의 처우와 인력보충, 인건비 지원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했다.
소방관들은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만 정작 자신들은 높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들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생존자를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불길 속으로 뛰어든다. 그러다가 순직하는 소방관들도 적지 않게 있다. 하지만 그렇게 소방관 한 분이 돌아가시면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그 주변에 있는 소방관들에게도 정신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여름, 우리 동네 소방관 한 분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인해 강물이 불었고, 마을주민 한 분이 휩쓸려 떠내려가는 것을 그의 동료 소방관이 구해주었다. 하지만 결국 그 동료 소방관은 센 물살에 그대로 떠내려가 버렸고 그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에게는 그 날 있었던 일들이 너무나도 큰 트라우마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몇 달을 힘들어하던 그는 결국 죄책감에 못 이겨 우리 아파트 뒷산에서 목을 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렸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소방관들은 신체적으로도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지만, 정신적으로도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다. 결국, 사고 이후 모든 정서적인 고통은 오로지 소방관들의 몫인 것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는 제도적으로 보충해준다고 극단적인 선택과 같은 비극이 줄어들 수 있을까. 이러한 일들은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누군가 곁에서 항상 응원해주고 지지해주어야 힘이 날 수 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건강한 몸 상태뿐만 아니라 건강한 정신이다. 이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만 그들이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소방관들을 단지 국민 보호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로 보고 국가에서는 그에 따른 또 다른 대책을 내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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