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오는 2023년부터 순경 공개채용에서 남녀 분리모집을 폐지하고 남녀 통합모집으로 경찰관을 채용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경찰의 성별 분리모집이 헌법의 평등권을 위배한다면서 폐지를 권고한지 14년 만의 일이다. 30일 경찰청이 발표한 ‘2020~2024년 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 따르면, 경찰은 2021학년도부터 경찰대학·간부후보생 남녀 통합모집을 실시함에 이어 순경 공채에서도 2023년부터 남녀 통합모집을 적극 추진한다. 경찰은 단계적으로 경찰대학·간부후보생 남녀 통합모집 실시 결과를 바탕으로 2021년까지 남녀 통합모집을 위한 체력기준을 확정하고, 2022년까지 순경 공채 남녀 통합모집을 위한 제반 절차를 완료해 2023년에 실시할 계획이다. 남녀 통합모집을 위해서는 체력기준을 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행 순경 체력 시험은 남녀 모두 100m달리기, 1000m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좌우 악력, 팔굽혀펴기 5개 종목을 평가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많은 종목은 팔굽혀펴기다. 남녀 팔굽혀펴기 자세가 다르기 때문이다. 남성은 ‘정사제’인 반면에 여성은 무릎을 바닥에 대는 자세로 팔굽혀펴기가 가능하다. 경찰은 내년 경찰대학·간부후보생 남녀 통합모집부터 여성도 남성과 동일한 정자세로 팔굽혀펴기를 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경찰은 순경 공채뿐 아니라 모든 간부 등 모든 경찰 채용 과정에서 응시자의 ‘성인지 관점’을 갖춘 지원자를 파악할 수 있는 면접 질문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여성 면접위원의 비율을 높아지며, 면접 시 성차별적 질문을 하는 것도 금지된다. 채용 외 승진 과정에서도 성인지 감수성을 평가하고, 승진심사 때 여성 위원의 참여도 의무화한다. 경찰은 오는 2022년까지 전체 여성 경찰관 비율을 1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매년 신규채용의 25~30%를 여성으로 채용하며, 경감 계급 이상 여성 간부도 2022년까지 7%로 늘릴 방침이다. 올해 9월말 기준으로 전체 경찰관 중 여경 비율은 12%다. 경찰청은 성평등 정책을 위한 자체 훈령 제정도 추진한다. 경찰은 “현재 경찰청의 성평등 관련 법제는 ‘성평등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규칙’이 유일”하다며 “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수립, 성별영향평가 등 정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서는 성평등정책 추진을 위한 포괄적 근거 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외에도 기본계획에는 여성폭력에 대한 고도화된 대응체계, 성평등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교육 및 캠페인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경찰의 채용 방식 변화에 대해 일부에서는 ‘역차별’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