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취재진은 왜, 민감한 주제를 취재하며 경찰을 사칭했나? MBC는 왜, 윤석열 부인의 학위 논문 검증에 나섰나? MBC는 왜, <채널A> '검언(檢言)유착 취재’를 폭로 비판하곤, 법적․윤리적 문제가 더 많은 불법취재를 강행했나? MBC의 그 '채널 A 취재 보도'는 오보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고, MBC는 그 보도에서 '몰래 촬영'을 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경찰 사칭'이든, '몰래 촬영'이든, 언론의 극단적 타락 형태다.
MBC는 이번 '경찰 사칭' 취재와 관련, 사과방송에 이어, 취재윤리를 위반한 취재진을 사규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다. 일각에서 제기한 의혹을 신속․정확하게 조사할 진상조사위를 가동했다. 이번 조사에서 취재의 의도와 내부논의 과정, 그에 따른 공정성 논란을 어느 정도 밝혀낼지 궁금하다.
최근 선정적 저널리즘과 탐사보도 급증 속 은폐적 취재도 성행한다. 경찰사칭 취재는 은폐적 취재의 극단적 형태다. 언론의 취재권과 개인의 권리를 다투는 법적 논의를 넘어, 언론윤리 차원의 보다 넓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법은 진실을 왜곡,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제재한다. 윤리는 고의적 진실왜곡을 ‘거짓말’, 곧 비윤리적 행위로 본다.
언론윤리 영역에선, 기만적 취재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까다로운 정당화 및 허용 조건을 제시한다. 기만적 취재가 왜 필요했는지, 허용 조건에 대한 논의와 검증이 있었는지, 윤리적 문제는 어떻게 처리했는지, 엄격하게 따지는 것이다. 한국기자협회 언론윤리강령-언론윤리헌장은 “취재보도 과정에서 항상 정당한 방법을 사용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온 기자 출신 김의겸의 MBC 옹호 발언 역시 언론윤리에 무지하거나 진영논리에 침몰한 궤변이다. “기자가 수사권이 없으니 경찰을 사칭한 듯”, “과거 굉장히 흔한 일”, 그는 되려 취재대상을 공박했다, ”이걸 고발한 건 너무 심했다"고-. 그의 ‘언론개혁’이 추구하는 방향이며 정당성에 대한 의문은 제쳐두고, 그는 그 천박한 인식으로 27년여 취재현장을 지켰다는 것이니, 그 언론사에는 아예 언론윤리에의 인식도 없었던가?
1. 언론보도를 보면, MBC 취재진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의 박사학위 논문을 검증 취재하는 과정에서, 논문 지도교수가 살던 집을 찾아갔다. 취재진은 집 앞에 주차 중인 승용차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교수의 소재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사칭했다.
TV조선은 “MBC 취재진이 논문 지도교수가 살던 집을 찾아 현 거주자를 상대로 교수의 새 주소지 등을 캐물었다”며, “현 거주자 A씨에 따르면, MBC 취재진은 전화 통화에서 본인을 ‘경찰’이라고 소개한 뒤 ‘교수의 이사 간 집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사과방송에서 TV조선 보도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왜 취재진은 자기 신분을 당당히 밝히지 못하고 ‘경찰을 사칭’하는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했을까. MBC라고 밝힐 경우 취재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나? 위장 취재를 해야 할 어떤 공익적 소재가 있었나? 어떤 경우라도 이 같은 방식은 불법취재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터다.
2. 윤석열 측은 MBC 취재진을 경찰에 고발했다. “불법취재의 전모를 규명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윤석열 측은 이번 일을 “취재윤리 위반을 넘는 범죄”로 본다. 나아가 "불법취재까지 동원한 정치적 편향성도 드러났으므로, 현장 기자들의 단독행위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도 다른 사례에서 그랬듯, 불법취재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즉각 진상규명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MBC가 <채널A>의 취재행위를 취재윤리 위배로 폭로하곤, 그보다 더 나쁜 불법취재를 했다? 법조계는 MBC의 <채널A> 기자 ‘검언유착 의혹’ 폭로보도를 예로 든다. 그 기자의 ‘강요미수죄’ 구속기소 사실을 비교하면, 이번 경찰 사칭 사건은 범죄 혐의도 훨씬 간명하고 죄질도 더 좋지 않다는 것이다.
MBC 사과방송의 댓글 몇 토막. “처음부터 mbc일 거라고들 예상했다. 조국 논란들에는 아예 취재조차 안 하더니 꼴좋다. 조작, 편파, 선동․․․ 광우병 시절부터 변한 것이 없음. 정치질하려고 기자를 시작한 건지 mbc에는 언론인 이름도 아깝다”, “적폐 아부 MBC 한두 번도 아니고․․․ 무신 공영방송? 해체만이 답이다!”, “너희가 뭔데 검증이냐. 아예 공영 방송이란 말도 쓰지 말라”
3. 기만적 취재의 윤리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슈가 아니다. 신분 위장 또는 몰래 촬영 같은 취재가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그 기만적 행위는 분명히 비윤리적이다. 공익을 명분으로 한 언론의 인권 유린을 방치할 수 없음도 분명하다. ‘거짓말’은 우리 언어생활의 기본규칙에 어긋나고, 인간관계의 신뢰를 배반하며, 속는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분명하다. 언론의 공익적․사회적 기능 극대화와 개인의 권리 보호를 조화시킬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 언론윤리 영역에서, 기만적 취재의 허용 범위 및 조건을 논의하는 이유다. 이 문제의 중요성을 반영하듯, 관련 연구들도 활발하다(김재협, 이재경, 이창근 등). 기자에게, 신분 위장이나 몰래 촬영(녹음)의 정당성을 따질 윤리의식 내지 기본적 이해는 당연히 필요하다.
결국, 기만적 취재는 직견적으론 정당화하기 어렵다. 다만 공익적 목적을 위해 사회의 용인을 받을 정도라야 한다. 취재사안의 공공적 중요성, 혐의의 입증 가능성과 공익의 상대적 우월성에 대한 확신, 대안적 취재방법에 대한 우선적 고려, 허용 가능성에 대한 논의-검증 같은 조건을 따져야 한다. 덧붙여, 언론은 스스로 비윤리적 행위를 피함으로써, 언론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유지시켜 가야 한다.
4. 언론의 취재보도 행위는 직업윤리의 반영이자 결정과정이다. MBC 취재진은 이번 취재를 정당화할 고려나 언론윤리의 기본을 인식한 흔적이 없다. MBC는 평소 취재보도 과정에서 직면할 숱한 윤리문제를, 회사 차원에서 얼마나 걱정하고 대응했는지도 의문이다.
그런 면에서, MBC의 윤리강령은 직업윤리의 중요성과 윤리적 언론이 추구해야 할 일반원칙을 강조하기엔 극히 취약하다. 그 강령, 청렴이나 아해상충 같은 내부적 다짐에 주목했을 뿐, 대외적 언론윤리를 실재화하는데 게을렀다. ‘직무관련자로부터 일체의 금전이나 특혜, 부당한 편의를 받지 않는다’ 류의 강령으로, 취재현장의 윤리문제에 얼마나 대응할 수 있겠나.
MBC가 대선후보 가족의 논문표절 의혹을 검증하려 한 동기도 그렇다. 그 검증 범위부터 논쟁거리다. 윤석열 측은 “여당 대선후보들의 논문 표절부터 검증하라”고 반박한다. 민주당 이재명․정세균․추미애의 학위논문 표절 의혹을 보라. 그들이 주요 공직을 맡으려 할 때, MBC는 이들의 논문표절 의혹을 적극 취재한 적이 있나? MBC의 공정성 내지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받는 한 요인이다.
MBC는 ‘공영방송’을 자임한다. ‘변화와 혁신, 쇄신으로 공영방송 정체성의 재정립과 사회적 신뢰 회복‘, MBC가 추구하는 공공성의 의무다. 그런 MBC가 근래 언론윤리에의 취약성, 나아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은 왜인가? 언론윤리에 취약한 조직으로, 공정성․독립성을 담보하지 못할 때, 누가 ‘공영방송’임을 인정하려 하겠나.
5. <한겨레>출신 김의겸 의원의 MBC’ 옹호 발언, 기자사회를 모욕하며 언론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망발이다. “제 나이 또래 에선 한두 번 안 해본 사람이 없을 것”? 그의 범죄행위를 자백하는 선을 넘어, 한국 언론의 존재바탕을 위협하는 폭력행위다. 기자 출신 정진석 의원은 꼬집는다, "그 신문사의 취재윤리는 '경찰사칭 위배'를 당연히 여기는 수준이었냐"고.
김의겸, 그는 청와대 대변인 때 ‘흑석선생’이란 별명과 얻고 물러난 사람이다. 그의 고별사를 보면, 나름의 진영논리적 우월감이 드러난다. 그가 쓴 ‘보수언론의 논리’, ‘선배들의 굳은 머리’ 같은 표현은 그가 ‘언론인’ 출신이라면, 생각조차 못할 오만이다. 오죽하면 진보적 언론비평지가 “김의겸의 행보는 언론인 롤모델의 실패를 재차 증명했다”고 못질했겠나.
그는 오늘 ‘언론개혁’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언론개혁은 과연 어떤 것인가?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헌법정신을 훼손할 그 여당발 ‘언론개혁법’인가? 언론 전체를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매도하며 ‘내 편’을 우선하는 그 끝없는 진영논리인가? 언론계-시민단체는 그의 천박한 윤리의식을 질타한다. 그는 ‘언론인 출신’으로, ‘한겨레 선배’로서, 얼마나 떳떳한가?
‘김의겸의 감수성’(정환봉), <한겨레> 한 데스크의 글은 절절하다. “적어도 내가 지난 10년 동안 <한겨레>에서 함께 일했던 기자들은 그의 말과 달랐다. 후배 기자들은 경찰을 사칭하는 빠르고 쉬운 방법 대신 밤 서리 맞으며 쓴 긴 편지로 누군가를 설득했다.
(․․․)경비전화를 사용하는 ‘스킬’을 몰랐거나 투철한 준법정신 때문은 아니다. ‘올바르게 취재해 제대로 쓰고 있나’, ‘이 기사는 공익을 위한 것인가’․․․. 오늘을 사는 기자들의 치열한 감수성 안에는 목적만 중요했던 시절의 무용담이 들어설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은 죽어가는가? 한국 언론은 정녕 민주국가의 존립을 위한 기초로써, 사회통합·여론형성에 제 몫을 다하고 있는가. 언론의 존립바탕이라 할 그 진실·공정을 추구하며 역사의 현장에서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는가. 한국 언론의 존망을 걱정하는 도발적 의문들은 많다.
한국언론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언론환경의 격변에 따른 산업적 위기를 넘어, 언론지형의 급변에 따른 언론소비 형태의 변화까지,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지 오래다. 그뿐인가. 한국 언론은 최근 권력의 언론자유 침해 책동에 시나브로 시달리며, 그야말로 내부-외부-권력의 ‘삼각파도’에 휩쓸린 국면이다.
그 존립의 위기, 뿌리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사회갈등의 심화에 따른 진영논리에 침몰한 탓이 크다. 언론이 언론윤리를 배신하고 기만적 취재를 불사하는 이유?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겠나? 언론의 존립바탕이라 할 ‘신뢰’를 잃고 사회갈등을 증폭시키는 이유, 과연 무엇인가?
뉴스 사회학의 시조 월터 리프만(Walter Lippmann)은 설파했다. “뉴스란 ‘사회적 모든 상황의 반영 아닌 눈에 띄는 측면에 대한 보고”라고-. 언론은 특정한 독자·시청자를 위해 시각·지침을 바꿀 순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대 저널리즘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전통적 과제가 있다. 정확성·공정성이다.
언론이 정파적 경향에 빠져 기본적 공정성을 게을리하고, 저널리즘의 진실추구 원칙을 거스르며 불공정의 늪에 침몰하는 것, 최근 한국언론이 안팎에서 절감하고 있는 ‘공정’에의 위기다. 문재인 정부 속 친정부·여당 성향을 보여온 매체에서 노골적 권력 감싸기며 정치적 편향 보도에 대한 논란이 나오는 것도 그 반증이다.
MBC 역시 ‘조국 사태’ 보도 등에서 지적받은 대로, 그 편향적 보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MBC가 폭로 보도한 ‘채널 A기자 검언유착’ 보도, 그 이동재 기자 등이 최근 무죄를 선고받은 것도 간과하지 못할 부분이다. MBC는 또 ‘권언(權言)유착’ 의혹의 중심에 섰다. 이 보도과정의 공정성도, ‘공영방송’ MBC의 존재 바탕과 윤리 수준을 가늠할 좋은 사례일 터다.
한국 언론, 저널리즘의 경계 안으로 복귀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으며 공정성을 회복해야 한다. 공정성, 그리 어려운 개념도 아니다. 공정보도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영국 BBC의 캐치프레이즈를 보라. "우리는 편들지 않는다(We don’t take a side).
한국 언론, 이번 사건을 심각한 위기로 공감해야 한다. MBC는 그 취재 동기와 과정을 조사하며, 일각의 그 정치적 편향성 우려 부분도 깊이 살펴야 한다. 이를 계기로 공정성의 위기를 되새기며 언론윤리에의 인식을 높여가야 한다. 한국 언론, 정말 살길을 찾으면 살 것이고, 죽을 길을 찾으면 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