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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세계·한국언론이슈-38] MBC의 위기, 당장은 죽어야 영원히 산다; ‘언론윤리’ 없는 보도, ‘인간에의 예의’ 없는 방송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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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세계·한국언론이슈-38] MBC의 위기, 당장은 죽어야 영원히 산다; ‘언론윤리’ 없는 보도, ‘인간에의 예의’ 없는 방송 앞에서
  • CIVIC뉴스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1.08.01 0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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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MBC, 정녕 이대로 괜찮은가? 한국 '양대 공영방송' MBC가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나? 최근 MBC의 언론윤리를 잃은 의혹보도와 인간에의 예의를 잃은 중계방송을 보며 느낀 안타까움이다. MBC는 언론의 존재이유라 할 권력감시·여론형성에 제 몫을 다하고 있는가. 언론의 존립바탕이라 할 진실·공정을 추구하며 제 책임은 다하고 있는가. MBC의 오늘에서 존립에의 위기를 걱정한다.

MBC의 위기, 그 뿌리는 분명하다. 전통매체의 산업적 위기와 언론소비 형태의 변화를 넘어, 언론의 존립바탕이라 할 ‘신뢰’를 잃고 있다. 진영논리 또는 무사안일에 침몰, 언론의 정확성․공정성을 잃고 있다. 보도에 저널리즘의 최고덕목이라 할 진실추구에의 ‘검증’이 없다. 제작에 언론윤리의 핵심이라 할 ‘인간 위주’의 인식이 없다.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 중계를 보라. 각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부적절한 사진과 설명을 넣었다가 ‘용납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국제적 공분과 조롱을 사며, 세계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MBC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올림픽 정신에 맞지 않는 부정적 자막을 사용,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쯤이면, 이번 ‘참사’는 MBC의 ‘단발적 실수’인가, ‘일상적 수준’인가?

MBC의 ‘채널A 검언유착’ 의혹보도, 최근 뒷말이 많다. 이 보도, 박성제 사장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 MBC 감독기구 방송문화진흥회에서 나온 “사실관계 파악에 더 엄밀한 보도” 주문에의 대답이다(미디어오늘). 채널A 취재진의 무죄판결에 이어, MBC 보도과정의 ‘몰래 촬영’, 얼마 전 MBC 취재진의 ‘경찰사칭 취재’까지․․․. 과연 MBC는 ‘윤리적 언론’에 충실한 ‘공영방송’인가?


1. MBC는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생중계하며 부적절한 사진과 설명을, 무더기로 내보냈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하며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진을, 아이티 땐 현지의 폭동 사진을, 아프가니스탄 땐 양귀비 운반 사진, 마셜 제도 땐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는 문구를 붙이는 식이다. “한 국가의 비극을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의 자료화면으로 사용한 것이다”(언론인권센터).

2020 도쿄 올림픽 우크라이나 선수단 소개 때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사진을 사용한 MBC(MBC 중계 화면 캡처).
2020 도쿄 올림픽 우크라이나 선수단 소개 때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사진을 사용한 MBC(MBC 중계 화면 캡처).
개회식 중계 종료 직전, 중계 실수를  급히 사과한 MBC(MBC 중계 화면 캡처).
개회식 중계 종료 직전, 중계 실수를 급히 사과한 MBC(MBC 중계 화면 캡처).

이 밖에, 노르웨이 대표 사진으로 연어, 이탈리아는 피자, 일본은 초밥, 루마니아는 영화 `드라큘라` 사진을 썼다. 오타도 적잖았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를 혼동했던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사진을 썼고, 스웨덴 땐 복지 선진국을 `복지 선지국`으로 잘못 내보냈다.

러시아 출신 방송인 일리야 벨랴코프는 꼬집었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했을 때 세월호 사진 넣지, 왜 안 넣었어? 미국은 9·11 테러 사진도 넣고”라고. 일본 네티즌은 “일본은 해일이나 후쿠시마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비꼬기도 했고. MBC는 사과했다,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고.

MBC의 중계방송은 당장 세계 주요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방송 직후엔 일부 매체에서 단순 ‘해외토픽’ 수준으로 다뤘지만, 주요국 권위지와 방송사가 비판에 동참, 국제 망신으로 옮겨붙고 있다.

MBC 중계를 비판한 해외기자 트위터.
MBC 중계를 비판한 해외기자 트위터.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방송사가 올림픽에서 ‘부적절한’ 이미지를 사용한 데 사과했다”는 기사를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MBC가 (해당 국가들에) 공격적․부정적 편견을 강화하는 이미지를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는 것이다. 보도는 덧붙였다. MBC는 2008 올림픽 때도 참가국을 폄하,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고.

<CNN> 인터넷판은 머리기사로 다뤘다. “(MBC가) 공격적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여러 국가를 묘사하는 데 크게 실패했다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MBC의 사과 기사를 내보냈다. 미국 ABC뉴스, 폭스뉴스, 허핑턴포스트 스포츠채널 ESPN도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그 와중에, 축구 예선전 한국-루마니아전에서 상대편 선수가 자책골을 넣었다고,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란 자막을 내보는 건 또 뭔가?

MBC, 13년 전과 똑같은 사고를 재현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개회식 중계에서 케이맨제도를 '역외펀드를 설립하는 조세회피지로 유명', 키리바시는 '지구온난화로 섬이 가라앉고 있음', 짐바브웨를 ‘인플레이션이 살인적인 국가’ 등으로, 올림픽 정신과 맞지 않는 부정적 자막을 사용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방송에 법정제재 '주의' 조치를 내렸고.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키리바시를 ‘지구 온난화로 섬이 가라앉고 있음’ 등으로, 올림픽 정신과 맞지 않는 부정적 자막을 사용한 MBC.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키리바시를 ‘지구 온난화로 섬이 가라앉고 있음’ 등으로, 올림픽 정신과 맞지 않는 부정적 자막을 사용한 MBC.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이어졌다. “각종 법 위반을 조사, 경영진까지 엄벌해 달라”는 것이다. 결국 MBC 박성제 사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나섰다. 기본적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원인과 책임을 철저하게 파악, 대대적인 쇄신작업을 하겠다는 약속이다.

박성제 MBC 사장은 도쿄올림픽 중계 관련 참사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사진; MBC).
박성제 MBC 사장은 도쿄올림픽 중계 관련 참사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사진; MBC).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은 중계 논란과 함께, 사장의 사과까지 비판했다. 언론인권센터 논평의 제목, “MBC가 망친 축제의 시작, 예의는 스포츠의 기본이다”. MBC의 반복적 잘못은 실수가 아니다, 언론사 기능을 잃은 무책임·무능한 변명이다, 취재윤리 위반에 이은 참담한 사고다, 그 올림픽 중계는 재미도 센스도 예의도 없었다, 그런 비판이다.


2. 박성제 사장이 인정했듯, MBC의 기본적 규범 인식과 콘텐츠검수 시스템은 문제다. 최근 '경찰사칭 취재‘로 물의를 일으키며, 지난해 '채널A 검언유착’ 의혹보도 때의 취재윤리 위반을 인정하지 않는, 그 언론윤리에의 천박한 인식이다.

MBC의 연전 ‘체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 사실관계의 검증이며 취재방식의 현장윤리를 빠트린 문제 많은 보도다. 이 ‘오보' 사태의 진상을 캐려는 진상조사 활동도 활발하다. 이 부분, 방문진 이사가 지적했다. “MBC 보도 특징은 사실관계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사람들 관심을 끄는 의혹 제기를 위주로 한다더라. 사실관계 파악에 좀 더 엄밀한 MBC 보도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박성제 사장은 대답했다, 보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당 기자가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검언유착’ 의혹이 허구로 드러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관련 수사의 미진을 말했으나, 기소․재판을 거친 사건에서 언론이 내세울 해명은 아니다. 특히 그는 ‘MBC 사장’으로, ‘조국 사태’ 국면 등에서 진영논리를 펴며 MBC의 공정성을 추락시킨 적도 있고.

MBC는 최근 ‘경찰사칭’ 취재에서 그 취재를 정당화할 고려나 언론윤리의 기본을 인식한 흔적이 없다. ‘채널A 검언유착’ 의혹보도 역시, 같다. MBC가 평소 취재보도 과정에서 직면할 숱한 윤리문제를,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짐작할 만한 부분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널리즘의 기본과 취재윤리를 잃은 보도에, 사장부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당당할 수 있겠나.


3. MBC는 전형적 상업방송 형태이되, 공적 기관이 소유․운영하는 공영적 민영방송‘이다. 한 때 우리에게 '만나면 좋은 친구', 그 로고송으로 친근했다. MBC는 방송인의 윤리와 방송 제작원칙을 밝힌 방송강령을 갖고 있다. “공영방송으로서 정직한 언론을 통해 사회적 공익과 국민의 권익 증진에 이바지할 것”을 선언하는 문맥이다.  그 MBC가, ’인권 존중‘을 다짐하며 인권을 침해할 은폐적 취재를 거듭한다. ’불편부당한 공정방송‘을 선언하며 자주,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MBC는 최근 MBC의 공정성과 품격을 떨어뜨리고 취재윤리를 위배한 여러 사건을, 모두 자체 조사한다. ‘조국 사태’ 국면이며 올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정권수호 방송’의 오명을 얻은 그 사장 체제에서다. 여러 진영 대결적 이슈에서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잃고, 올림픽 방송에서 사람에의 예의를 잃으며, 매년 1,000억 안팎의 적자를 낸, 제작-경영의 관리역량이 두루 부족한 체제다.

MBC, 이번 기회에 공정성을 회복하며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공정성, 그리 어려운 개념도 아니다. ‘공정보도의 세계적 명성’ BBC의 캐치프레이즈 "우리는 편들지 않는다(We don’t take a side)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검증의 룰’이며, 언론윤리 실천을 위한 ‘언론윤리강령’(한국기자협회)도 새겨가야 한다. SNU 팩트체크위원회의 팩트체크 권고문도 익혀가야 할 터고.

MBC는 앞으로 공정성․공공성을 추구하며 팩트체크 권고도 익혀가야 한다(사진; 서울대 팩트체크위원회 홈피).
MBC는 앞으로 공정성․공공성을 추구하며 팩트체크 권고도 익혀가야 한다(사진; 서울대 팩트체크위원회 홈피).

MBC는 이재, 한국을 넘어, 문제보도로 피해를 본 국가 국민에게 변화하는 모습과 구체적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 MBC 로고송 ‘만나면 좋은 친구’의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 MBC가 이번 기회를 그냥 넘긴다면, 공영방송의 신뢰를 오랫동안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절체절명의 기회, 역량이 부족한 관리체제에 기댈 수 있나?

'글로벌 문화코드'의 저자 김새원(비교문화분석가)씨는 언론에서 강조했다. “MBC가 일부 국가를 조롱하고 차별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한국의 이미지에도 해를 끼쳤다”면서, “한국의 명성을 훼손한 끔찍한 실수에 대해 MBC 지도부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다.

그렇다. 최근 MBC의 여러 보도․제작 참사에서 교훈을 얻어여 한다. MBC가 진정성을 갖고 속 깊은 사과를 하며 자기의 결함을 고쳐 가려 한다면, 경영책임자, 사장부터 사퇴하는 게 옳다. 그런 책임 있는 결단 없이, 말로만 사과를 하고 셀프 조사-처리를 고집한대서야, 누가 그 진정성이며 실속 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나.

MBC, 언론의 몫을 다하며 명성을 되찾기 위해선 저널리즘의 공정성과 인간에의 배려부터 찾아가야 한다. 그 역사적 과제를 위해, 이번엔 사장부터 책임지고 사퇴하는 결기를 보여야 한다. MBC, '오늘‘ 살려 들면 ’오래‘ 죽을 것이고, ’오늘‘ 죽으려 들면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다. MBC 사장의 선택이 무엇일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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