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언론에서 나온다’-현대 민주정치의 속성을 간파한 시대적 명제다. 현대인은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얻고, 진실을 알 권리를 충족시키며, 아울러 참여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생활에선 서로의 뜻과 생각을 전하고 나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언론의 역할이다(김경수).
그 언론은 저널리즘의 기본에 따라, 늘 ‘진실’을 전하는가? 혹 우리는, 겉으론 언론을 ‘향유’하며, 속으론, 언론에 ‘지배’당하는 것은 아닌가? 특히, 어느 권력인들 언론의 막강한 파괴력과 재창조력을 간과할까. 고도의 테크닉과 타이밍을 구사하며, 언론을 권력 유지의 전략무기로 활용하려 든다.
한국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권력이 언론의 힘을 제어하려 다양한 형태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 이건 역사요 현재진행형이다. 공영방송을 장악하며 여론을 관리·조작한다, 눈에 익은 일상적 풍경이다. 이즘의 ‘포털 천하’ 시대에 포털을 장악, 여론을 통제한다, 이건 논란을 넘어 실재하는, 정말 경악할 현상이다.
권력의 여론통제가 그뿐이겠나? ‘명예훼손’ 시비며 ‘가짜뉴스’ 프레임을 동원한 압박으로 언론기관의 정상적 활동을 위협한다. 권력비판 기사에의 시법적 제소며, 기자·필자에의 테러성 압박을 계속한다. 이 역시 이즘 한국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여론통제 방식의 하나다.
권력이 여론을 통제한다? 그 ‘관제 여론’은 국민의 공감을 얻으며 소통에 성공할 수 있겠나? 언론의 권력 감시·비판 기사를 여론통제 방식으로 감춘다? 권력은 그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언제까지 계속하겠다는 건가? 민주화 정부에서 민주주의 위기론이 잇따르는 이유, 뚜렷하다. 그 여론통제 행태가 곧 민주주의 파괴행태일 터이니.
“카카오, 들어오라!”... 언론사보단 포털로 여론 통제
1. “카카오 들어오라 하세요”-최근 여당 국회의원 윤영찬이 털어놓은 포털 장악정책의 벌거벗은 단면이다. 개별 언론사를 일일이 상대하는 대신, 언론 뉴스를 포털에 공급하는 네이버·다음 카카오와 직거래하는 방식이다. Digital First의 조류 속 ‘포털 천하’시대 아닌가. 뉴스가 집결하는 포털을 장악, 뉴스와 여론을 통제하는 방식, 여론통제의 신형 무기라 할 만하다.
권력이 포털에 주목했다? 이 시대 디지털 플랫폼의 절대권력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포털 이용률은 81.3%, 포털에서의 뉴스 이용률도 72.4%다. 오죽하면, 포털은 남의 뉴스를 모아 유통시킬 뿐인데도, 국민들은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고 있겠나.
우리는 포탈에서 뉴스를 소비하면서, 그 뉴스의 생산자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그 매스컴의 주축적 매체 종이신문은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2019년 조사에서, 지난 한 주 동안 종이신문을 읽은 비율은 12.3%, 1996년 종이신문 열독률 85.2%를 기억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그럼 우리는 신문 뉴스를 잘 읽지 않는가? 그건 아니다. 종이신문을 포함해 다양한 수단으로 그 기사를 읽은 비율(결합열독률)은 88.7%, 신문은 매스컴의 주축적 매체임이 확실하다(한국언론진흥재단, 2019 언론수용자조사). 신문은 결국 Digital First의 주도권을 포털로 넘겨주고, 뉴스 소비과정에서 독자 브랜드를 상실했다.
포털의 결정적 경쟁우위는 알고리즘에 따른 맞춤형 추천 체계다. 뉴스 소비 역시 플랫폼 사업자가 어떤 뉴스를 선택하고 어떻게 배치-추천하는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 모든 뉴스 매체가 포털에 뉴스를 납품하는 종속자다. 포털은 이 뉴스를 ‘뜻대로’ 배치하고, 우리는 그 뉴스를 진실인 양 접하는 생태계다.
그 포털의 막강한 ‘미디어 권력’도 권력 앞엔 초라하다. 그 윤영찬이 누군가? 신문기자 출신에, 네이버 부사장을 거쳐,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냈다. 지금 포털을 담당하는 국회 소관상위 소속이다. 그의 “들어오라”는 한 마디엔 ‘프로’의 솜씨가 어른거린다. 언론과 포털의 속을 알며, 언론지형을 통째로 바꾸려는 시도다(고정훈).
포털 “AI가 기사 배열”?... “AI도 편향 우려, 알고리즘 공개를”
2. ’들어오라‘의 파장은 거세다. 권력과 포털의 관계를 상기시키며, 포털의 뉴스 편집구조에 적잖은 의구심을 사고 있다. 정치권의 포털 장악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논란은 어느 권력에 예외일 수 없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네이버 공박, ‘드루킹’ 논란에, 조국 사태 국면에선 실시간 검색어도 도마 위에 올랐고. 포털은 그만큼 권력 앞에 약하다. 포털은 사업규제를 막느라 바쁘고, 정치권은 이를 빌미로 포털을 압박하는 것이다.
포털은 정말 외부압력에 기사 배치를 조정하나? 한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기사를 배열할 때 외압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믿는 이용자가 50%다. 네이버 이용자는, 네이버가 정치권(50.1%), 기업(46.9%), 특정단체·이익집단(45.2%)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외부청탁에 따라 기사를 재배열한 사례, 네이버 대표가 그 사과한 사례도 있다(금준경).
엎친 데 덮친 격인가? 네이버의 검색기능에서 검색어 조작 의혹을 받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 시대의 키워드 ‘추미애’를 검색할 때 상단 탭(뉴스-블로그-카페-웹사이트...)에서 ‘뉴스’ 노출이 가급적 안 되도록 설정한 것이다. 네이버는 “검색 집계 시스템에 일부 오류가 있어 수정했다”는 입장이다.
양대 포털은 이런 논란과 관련, “인공지능(AI)이 100% 기사를 배열하고 있다”고 변명한다. 그럼 인공지능이 배열하면 객관적·중립적인가?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알고리즘 구축단계에서 개발자의 성향·판단, 외적 압력이 개입되는 만큼 알고리즘은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 ‘알고리즘’(algorithm) 공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AI가 포털 뉴스를 편집했대도 ‘검수 과정’에 사람이 개입할 수 있으며, 학습 이후 AI의 편향성이 가속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가 포털 사이트 뉴스 편집방식을 분석한 결과다.
포털의 뉴스 독점지배에 보다 주의 깊은 조사·분석이 절실하다-이건 언론학자들의 경고다. 포털, 그저 알고리즘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할 일이 아니다. 정치권의 압력을 넘어, 이용자의 권익을 위해서라도 그 알고리즘을 공개해야 한다. 포털 메인에 야당 기사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들어오라!”를 당하는 세상 아닌가.
공영방송, 공정성 잃고 신뢰 상실... “시청자는 동정할 이유 없다”
3.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에 대해선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 우리, 세계에서 유일하게, 많은 공영방송을 두고 있다. KBS, MBC, EBS, 연합뉴스 TV, YTN, 교통방송(TBS), K-TV, 아리랑TV..., 공영방송의 정체성 혼란은 날로 깊다. 당장 공중파의 양대 방송부터 공정성·공영성을 잃고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며 전방위적 위기를 겪고 있다. 자유·독립, 공정성 대신 권력 옹호에 앞장선 '코드 논란'으로, 공정의 가치에 민감한 젊은 층의 외면도 심상챦다(조맹기). .
지난 총선 국면에서 드러난 KBS의 여당 편들기식 여론조사 보도며, 최근 ‘채널 A기자 강요미수 의혹’ 보도과정에서 드러난 ‘묻지마’식 불공정 보도를 보라. KBS는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정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가 하루 만에 오보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이 보도에, 최근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양대 방송이 저널리즘의 기본을 잃고 편향보도를 한 사례는 적지 않다. 공영방송의 언론비평이 언론불신을 자극한다는 지적도 있고(정준희). 진보논객 손석춘도 이 부분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KBS·MBC·TBS 시사프로그램들은 친정부 편향세력의 영향권 아래 있다....”고. “공영방송 경영진 뇌리 지배하는 우선 관심사는 정권안보”(강준만) 같은 촌철살인은 또 어떤가.
“공영방송 위기... 시청자는 동정할 이유 없다"-최근 방송가 동향을 전한 기사 제목이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최근 ‘KBS의 사회적 책무'를 얘기하는 공개석상에서, KBS의 가장 큰 위기로 공정성 논란을 들며, 이대로는 시청료 인상의 국민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어준...’, 객관성 위반‘으로 가장 많은 중징계
4. 한국 공영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은 ‘친정부·편향적’이라는 비판(손석춘)에 자유롭지 못하다. 그 결과인가.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2018년 1월 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출범 이래, 지상파 및 종편채널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법정제재(중징계)를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그동안 중징계를 받은 6개 사안, 모두 ‘객관성 위반’이다. 오죽하면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에서 “본인이 결론을 내리고 장광설을 늘어놓는다“는 혹평이 나왔겠나. 야당에서 ”친문 전위대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국민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어준...’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CBS ‘김현정의 뉴스쇼’보다 모든 지표에서, 특히 중립성에서 크게 뒤처졌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최근 라디오 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다. 프로그램의 ‘유익한’, ‘신뢰가 가는’, ‘중립적인’, ‘정보의 시의성’, ‘흥미로운’ 등 5개 항목에서 ‘꼴찌’였다.
<조국흑서> 필진 권경애 변호사는 김어준을 저격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해로운 인물, 단연 김어준”이라고. TBS ‘김어준...’에서 다룬 내용, 세월호 고의침몰설, 코링크는 익성 것, 조민 인터뷰,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십자인대파열까지. 다른 방송이나 기자였다면 다시는 평생 방송 마이크 앞에 서지도 못할 거짓 뉴스들이라는 것이다.
한국사회 ‘표현의 자유’는 과연 통하는가...?
5. 한국사회 속 ‘표현의 자유’는 얼마나 굳건한가. ‘하고 싶은 말’에의 ‘정치적 테러’를 보며 갖는 우려다. 대학교수가 권력비판 칼럼을 썼다고 여당이 앞장서 제소하고, 신문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여당의원이 ‘공격 좌표’를 찍고, 여당의원이 ‘추미애 의혹’을 사과했다고 누리꾼에게 ‘댓글 테러’를 당하고....
칼럼니스트 임미리 교수(고려대)는 총선 전, ‘민주당만 빼고'란 칼럼을 썼다. 여당이 그를 제소했다가 여론에 밀려 취소했다. 시민단체가 그를 고발했다. 검찰은 그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그는 검찰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다.
여당 박용진 의원은 최근,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대 특혜 의혹을 사과했다. “군대 다녀온 평범한 청년에게, 그들이 갖는 허탈함에 대해 죄송스럽다"는 표현이다. 정치적' 성향의 누리꾼들이 박 의원의 페이스북을 찾아 공격 댓글을 달았다. ”민주당에 당신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게 수치", "국회의원 되고 싶어 민주당 들어왔으면 감사한 줄 알고 나대지 좀 마세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국회 본회의 4차 추경안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친문 성향 누리꾼들이 나섰다. "이해찬이 싸지른 X덩어리 근황", "기본소득당으로 먹튀(먹고 튀었다) 후 이러고 있음” 같은 표현이다.
얼마 전엔 한 여당 의원이 신문의 비판기사에 반발, 기자의 실명을 태그로 달아 ‘공격 좌표’를 찍었다는 논란으로 번졌다. “비판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공격 좌표'를 찍는 건 유독 민주당 의원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거대여당 의원들이 이렇게 언론을 겁박하고 있다”, 한 언론의 항변이다.
여론 왜곡·통제로 권력 유지? 그 불온한 욕망...
민주정치의 기본은 건전한 여론이다. 그 여론, 공적 이슈에의 사실 제시⇨건전한 토론⇨사리에 맞는 판단을 거쳐 형성되는 것이다. 권력·언론이 야합하여 진실을 왜곡하고, 공중의 발언과 토론을 부당하게 왜곡·금압(禁壓)한다? '행동하는 자유인’ 조지 오웰이 그토록 경계한 전체주의의 양상이며 민주주의의 파괴행위이다.
"남에 대한 비판은 잘하면서 남의 비판은 못 참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최근 문재인 정부 평가다. 그 정부가 비판을 싫어하는 것은 일상적이다. 그 권력은 권력비판을 사명으로 삼는 언론의 비판조차 받지 않으려 한다. 그 권력을 유지하려 여론을 왜곡·통제하는데 고도의 테크닉과 타이밍을 구사한다. 두루, 참, 불온한 욕망의 발로(發露)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