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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반 개로 끼니를 때우는 독거노인들..."외로움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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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반 개로 끼니를 때우는 독거노인들..."외로움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
  • 취재기자 손현아
  • 승인 2022.11.11 2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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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일상 체크해보니... 정부기관 지원 큰 힘
추운 겨울철 앞두고 지역사회의 관심과 애정 절실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이요? 혼자 사는 데 그런 방법이 어디 있습니까. 없어요.” 부산시 남구 문현동 한 주택가 1층.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해가 쨍쨍한 낮에도 좁고 어두운 거실이 보인다. 문을 열자 추운 날씨에도 얇은 바람막이를 입고 있는 임모(82) 씨가 나온다. 이동할 공간 없이 바로 옆에 딸린 작은 방 하나. 좁은 방 안의 침대의 이불을 걷으며 따뜻한 곳에 앉으라는 손짓이 보였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라면 반 개 끓여 때워

아침에 일어나서 가족과 밥을 먹고 가벼운 산책, 점심 저녁을 먹은 후 취침하는 일상처럼 독거노인 임 씨의 일상은 평범했다. 그러나 일상은 외로움을 동반한 채로 시작된다. 아침 일찍 눈을 뜨고 자연스레 거르는 아침밥. “점심은 주로 라면 반 개. 밥 해먹기도 힘들고 라면 반 개 먹으면 딱 맞다. 그러고 밖에 좀 걷고 들어와서 뉴스보고...” 다리관절이 불편한 임 씨는 운동을 위한 가벼운 산책이 일상이다.
독거노인 임모 씨가 박수를 치면 지저귀는 새 모형을 만지면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사진: 취재기자 손현아)
독거노인 임모 씨가 박수를 치면 지저귀는 새 모형을 만지면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사진: 취재기자 손현아)
임 씨의 집 밑으로 내려가면 큰 평상이 있다. 그곳은 임 씨가 그나마 의지하며 지내는 또 다른 독거노인과의 만남 장소이다. 86세 독거노인 고모 씨의 일상도 들어봤다. 고 씨는 “자식들이 가져다주는 반찬도 얼마 못 가 다 먹는다”며 “우리 같은 노인들은 라면이 편하다”고 했다. 이어 “밥 해먹을 힘도 없으니까 다들 요양병원 가는 거 아니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독거노인에 대한 정부기관의 지원이 큰 힘

독거노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지금까지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맞춤 노인 돌봄 서비스’, ‘응급안전안심 서비스’ 등 독거노인의 선정기준에 맞추어 선발 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지원은 이러하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느끼는 독거노인의 생각은 어떠할까. 임 씨는 “지원은 있는데 선발과정도 복잡하고 행여나 선발된다 하더라도 집에 cctv 설치하고 방문해서 집안일 해주는 게 독거노인 입장에서는 불편하다”며 “선발이 꽤나 까다로워서 저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원 받고 있지 않다”고 했다. 동사무소에서의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임 씨는 “동사무소에서의 지원이 오히려 더 많은 것 같다. 각종 구급약품과 코로나 심할 때는 마스크도 주고, 두 달마다 한번 씩 10kg 쌀도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임 씨는 “보건소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혈압체크, 당뇨검사를 하러 방문하는데 보건소 뿐 아니라 동사무소에서도 검사하러 방문해주기 때문에 이런 지원은 참 좋은 것 같다. 여기 주변 노인들은 거동이 불편해서 자택검사 해주러 오는 게 편하다”고 했다.

정부를 버팀목 삼아 살아가는 독거노인들의 추운 겨울나기

직접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했을 때, 느껴지는 온기는 없었다. 차가웠다. 임 씨는 난방비에 대해 “나는 기초생활수급자라 난방비와 전기요금을 지원 받는다. 그래서 나는 난방비도 전기요금도 다 감면돼서 0원으로 나온다”며 “혼자 사니까 보일러는 몇 년 동안 킨 적이 없어서 작동하질 않는다. 너무 추울 때는 전기장판에 의지하면서 살아간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정부에서의 독거노인들에 대한 난방비 지원은 이루어지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주택용 전기요금의 경우 월 1만 6000원 한도 내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여름철의 경우에는 한도가 높게 설정되어 2만 원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독거노인들 중에서 난방을 따뜻하게 틀고, 따뜻한 물을 받고 생활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독거노인은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1인가구를 칭한다. 국가 지표 체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중 노인 자살률이 높은 국가이다. 우울증과 외로움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독거노인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외로움은 무엇일까.

혼자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외로워

임 씨가 생각하는 독거노인의 외로움은 “혼자 사는 게 다들 알다시피 참 외롭다”면서 “노인들은 나이가 있으니까 코로나를 특히 조심해야 해서 평소에도 잘 못 보던 자식들을 더 못 보게 됐다. 또 혼자 사니까 밥을 먹는다기보다 끼니를 때운다는 말이 맞더라”고 말했다. 인생의 절반을 한 집에 살았던 임 씨는 더 옛날 집의 뜨거운 온기를 그리워했다. 특별하게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이요? 그런 거 없죠. 혼자 있다는 것 자체가 외로운 데 그걸 어떻게 극복합니까”라며 “그나마 저 옆집에 혼자 사는 노인이 덜 외롭게 박수치면 지저귀는 새 모양을 가져다줘서 텔레비전소리랑 저 새소리로 버텨간다”고 했다. 외로움이라는 말을 언급하기도 전에 ‘독거노인’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외로움이 있다. 가족의 그리움이 독거노인의 외로움을 증대시키고 과거의 추억들이 현재의 우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노인들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독거노인들이 진짜 필요한 것은 자식들의 조그만 관심이 아닐까. 자식을 낳아 키우고, 그렇게 큰 자식들은 부모의 품을 떠나 독립한다. 바쁘게 살아가다보면 남은 부모들은 과거를 회상한 채 살아간다. 살아가는 데에 바쁘기도 하지만, 한 번 더 부모님을 찾아가고 따뜻한 밥 한 끼 차려드리는 관심이 독거노인의 우울감과 외로움을 해소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열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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