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페이커의 시대에 살고 있다”...LoL e스포츠 전설의 전당 초대 헌액자 페이커 이상혁을 돌아본다
취재기자 김명준
승인 2024.06.2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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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데뷔 이후 12년 동안 최고의 자리 지킨 e스포츠의 아이콘
월즈 4회, LCK 10회 등 LoL e스포츠 유일무이한 우승 기록 달성
전설의 전당 헌액 기념 ‘페이커 신전’ 하이커 그라운드에서 19일 동안 열려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 아이콘으로 불리는 T1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28). 그는 LCK 10회, 월즈(Worlds) 4회, MSI 2회 등 국내외 대회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우승 횟수를 기록하며, 자신이 세계 최고의 선수임을 증명해 왔다. 이런 그를 라이엇게임즈는 LoL e스포츠 전설의 전당 초대 헌액자로 선정했다.
회사원 이영훈(33, 경기도 수원시) 씨는 어릴 때부터 e스포츠를 즐겨봤다. 그가 e스포츠를 처음 접한 2000년대 중반에는 스타크래프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었고 이 씨도 자연스럽게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빠져들었다. 그는 자신과 동년배인 프로게이머들이 우승컵을 놓고 벌이는 경쟁, 땀을 뻘뻘 흘리면서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열광했다. 시간이 지나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쇠퇴하고, 리그 오브 레전드가 한국 e스포츠에 등장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LoL 국내 리그인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던 중 2013년 4월 6일 한 선수의 데뷔전을 보게 된다. 그 선수가 바로 페이커 이상혁이었다. 이 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페이커의 데뷔전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의 상대가 당시 최고의 미드라이너로 평가받던 ‘앰비션’ 강찬용이었다. 그런데 데뷔전을 가지는 신인 선수가 기죽지 않고, 오히려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그때부터 이 선수가 e스포츠에 이름을 날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의 팬이 되기로 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 페이커는 이름을 날리는 수준을 떠나 e스포츠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프로게이머 경력 첫 경기를 생중계로 봤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영광이다.”
회사원 김민정(28, 서울시 송파구) 씨는 2017년 지인을 통해 페이커의 존재를 알게 됐다. 김 씨는 당시 최고의 활약을 이어가던 페이커에게 관심이 갔고, 자연스럽게 그의 팬이 됐다. 그러던 중 당해 연도 세계 최고의 팀을 가리는 대회인 2017 월즈(Worlds) 결승전에서 그는 이전에 페이커에게 볼 수 없던 모습을 마주한다. 당시 페이커가 속한 SK텔레콤 T1은 같은 LCK에 소속된 삼성 갤럭시에 0대3으로 패배했다. 페이커는 2015, 2016년에 이은 대회 3회 연속 우승 도전에 실패함과 동시에 데뷔 후 처음으로 월즈 결승전에서 패배의 쓴맛을 맛봤다. 그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고개를 숙이며 오열했다. 페이커의 오열은 김 씨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지금까지 회자하고 있다. 김 씨는 당시 느낀 감정을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페이커 선수가 오열하는 모습을 봤을 때는 의아했다. 이미 월즈 3회 우승을 달성하는 등 많은 것을 이룬 선수여서 한 번의 준우승쯤은 가볍게 넘기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페이커는 이미 최고라고 평가받을 커리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더 많은 우승과 발전을 원한 선수였다. 그래서 그에게 그때 준우승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승부욕이 있었기 때문에 선수 수명이 짧은 프로게이머 세계에서 데뷔 후 지금까지 12년 동안 계속해서 최정상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저렇게 최고의 선수도 패배에 분해하는데 지금까지 사소한 것에 만족하고 자만하기도 했던 내 삶을 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이처럼 페이커는 내게 한 사람으로서 많은 가르침을 준 존재이다.”
대학생 정예인(21, 경기도 의정부시) 씨는 2020년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페이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전에는 페이커를 그저 LoL 최고의 선수로만 인식했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그의 진솔한 생각을 들으면서 한 사람으로서 멋지다고 생각했다. 또한, 한 종목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선수가 선행을 이어가고 인성적으로도 완벽한 사실에 감탄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페이커가 항상 성공의 길만 걸었던 선수는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사람들은 페이커가 데뷔 이후 항상 순탄한 길만 걸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 역시 슬럼프, 주전 경쟁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지난해 월즈 우승 직전에는 다섯 대회 연속 준우승이라는 시련도 겪었다.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7년 만에 월즈 우승을 차지한 페이커를 보면서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그가 이런 과정들을 겪으며 계속해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지금의 커리어와 LoL e스포츠 전설의 전당 초대 헌액자라는 영광까지 누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페이커를 향한 팬들의 존경심은 LoL e스포츠 전설의 전당 헌액을 기념하여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16일까지 하이커 그라운드에서 열린 ‘페이커 신전’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팬들은 페이커 신전을 통해 그가 데뷔 후 걸어온 영광의 순간을 되돌아봤다. 기습 숭배존에서는 페이커 사진을 향해 무릎을 꿇거나 기도, 절을 하면서 ‘대상혁’을 외쳤고,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며 현장을 즐겼다. 또한, 페이커의 프로게이머 역사가 담긴 ‘페이커 고사’ 문제를 풀기도 했으며, 페이커에게 편지와 치어풀을 작성하여 전설의 전당 헌액을 축하했다. 회사원 임가영(29, 경기도 수원시) 씨는 “페이커가 걸어온 길을 다시 한번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민수(24, 경남 창원시) 씨는 “페이커 신전을 통해 우리는 페이커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그가 이어 나갈 역사를 한 명의 팬으로서 응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