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인기 유지하고 있는 전설의 게임
문화재 지킴이, 라이엇 게임즈 국외 문화재 환수, 보존에 일조
롤은 협동게임으로 요즘 젊은층의 보편적 문화 및 사회활동
캐릭터에 한복 입히고 캐릭터로 가상 아이돌 그룹도 출시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 정식종목 채택... 새로운 역할 기대
웨이브(Wavve)에서 방영된 오리지널 웹예능 ‘어바웃타임’에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 LOL)'의 프로 게이머 일명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등장했다. ‘어바웃타임’은 시간 경매라는 플랫폼으로, 각 분야 레전드의 시간을 경매하는 방식이다. 낙찰금 전액은 시간을 판매한 게스트와 함께 기부하게 된다. ‘어바웃타임’에서 이상혁 선수는 “경매 낙찰금 전액이 기부되는 만큼 좋은 일에 동참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출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이상혁 선수의 시간을 사려는 사람들이 2400명이나 몰려 화제가 됐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국위선양을 할 때, 많은 언론사에서 ‘5대 국보’라는 제목으로 봉준호, 김연아, BTS, 손흥민, 그리고 페이커의 이름을 언급했다.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의 프로게이머다. 그가 이토록 주목받은 이유는 독보적인 플레이로 세계적인 리그오브레전드 대회인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3회 우승이라는 기록적인 측면과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이 세계적으로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는 시대적 흐름이 뒤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리그오브레전드는 줄여서 ‘롤LOL)’이라고 부른다. 롤은 블루팀과 레드팀으로 나누어, 5 대 5로 경쟁하는 팀 게임이다. 각 자 자신의 역할군을 선택하고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면 5가지 역할이 균형 잡히도록 매칭이 잡힌다. 이후 사람들은 ‘챔피언’을 고르게 된다. 챔피언은 롤에서 제공하는 캐릭터를 의미한다. 게임이 시작하면, 블루팀과 레드팀은 상대의 ‘넥서스’라고 불리는 최종 건물을 향해 전투를 벌이게 되고, 먼저 상대의 넥서스를 파괴하면 승리하게 된다.
롤이라는 게임의 독특한 특징은 ‘소환자의 협곡’이라고 불리는 오직 한 가지 맵 안에서 게임이 이뤄진다는 점과, 선택할 수 있는 챔피언(캐릭터) 폭이 150여 개가 넘는다는 점이다.
중학교 때 친구들을 따라 롤을 시작했다는 정종수(23, 경남 거창군) 씨는 “다른 게임들과 다르게 단 한 가지 맵을 이용하지만, 다양한 챔피언(캐릭터)을 만들어내는 게 롤의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몇 백 개가 넘는 챔피언이 존재하기 때문에 하나의 맵이라도 매판 다른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며 “같은 챔피언이라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활용 정도가 다른 것도 롤의 매력"이라고 밝혔다.
롤의 또 다른 특징은 광범위한 세계관이다. ‘룬테라’라는 행성 안에 녹서스, 데마시아 등의 개성을 지닌 지역들이 설정됐다. 그 결과, 현재까지도 롤에서 새롭게 출시하는 새로운 챔피언은 세계관을 근거로 연관된 경우가 많다. 또 다른 평행우주 세계관을 도입해 챔피언을 기반으로 한 ‘K/DA’라는 아이돌 그룹을 만들었다. 이는 롤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얻은 바 있다.
2018년 ‘POP/STARS’ 제목으로 영상이 나온 K/DA은 걸그룹 아이들의 미연, 소연이 참여해 화제를 모은 바 있었다. 해당 영상은 현재 조회 수 4억을 기록했고, 작년 11월에 공개한 ‘MORE’는 현재 조회 수 6749만을 기록했다.
롤을 하지 않는 한 대학생은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POP/STARS들 들어봤다”며 “영상이 화려하고, 음악도 좋아서 게임회사에서 만들었다고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롤을 하지 않지만, 영상을 통해 롤에 대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롤을 만든 라이엇 게임즈의 행보 또한 롤의 흥행에 큰 기여를 했다. 지난해 문화재청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부터 문화재지킴이 후원, 협력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온 문화재지킴이 기업이다. 지난해 각종 문화재 사업에 대한 후원과 협력 사업으로 8억 원은 추가 후원을 약속해 지금까지 후원 규모는 총 60억 원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아리따운 우리 한복전”을 예로 들 수 있다. 무형문화재 분들과 함께 만들어진 해당 한복은, 전통적인 예복으로 인식된 ‘한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으로서 한국 문화를 게임 속 캐릭터와 융합해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라이엇 게임즈는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문화재 환수, 복원사업 지원, 청소년 문화재 체험 교육 지원 등 모범 활동에 앞장섰다. 이에 외국계 기업 최초로 ‘2017 문화유산보호 유공자 포상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롤을 즐기는 한 대학생은 라이엇의 행보를 자랑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라이엇의 사회공헌 행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롤을 즐겨 하는데, 더욱 애정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여전히 롤의 인기는 최고다. PC방 게임전문 리서치 서비스 게임 트릭스의 게임순위에 따르면, 129주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48.4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유저들은 롤의 인기비결로 함께 했을 때 더 재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래보다 늦게 롤을 시작한 김태웅(24, 부산시 남구) 씨는 “롤을 시작하고 공통의 관심 소재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롤을 시작하기 전까지,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가 롤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며 “일상 대화에서도 롤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정도면 어떤 게임인지 궁금해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롤을 시작한 그는 “롤은 최대 5인까지 함께할 수 있지만, 2~3명이서 해도 재밌다”며 “팀원끼리 협력이 잘될 때 승리할 수 있는 구조라 작은 사회를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취업하고도 롤을 취미로 하고 있다는 정시훈(30,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롤을 한 지 9년 차라고 밝혔다. 그는 “군대 선임이 롤을 좋아해, 롤을 조금씩 하게 됐다”며 “전역 이후 복학을 했을 때,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롤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롤 덕분에 대학생활에 친분을 쌓았다고 말을 이어간 그는 “축구 같은 구기 종목은 육체적 능력이 필요해 운동을 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이 함께 하긴 어렵다”며 “롤 같은 게임은 비교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정 씨는 롤이 문화활동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롤은 대회도 크게 진행한다”며 “사람들과 대회장에서 롤경기를 보는 것은 집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른 경험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롤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사람도 많다. 한 여학생은 “주변에서 롤을 많이 해서 시작해봤다”며 “처음이니 못하는 건 당연한데, 채팅으로 욕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바로 접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학생은 “분명 롤은 재밌어 보이는데, 내가 하면 어렵다”며 “실력이 부족해서 롤을 못한다”고 말했다.
작은 PC방을 운영하는 사장은 “손님 중 70~80%는 롤을 즐긴다. 게임을 하지 않는 나에게 롤의 인기는 그저 의문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유는 모르지만,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의 등장에도 현재 살아남은 게임은 롤뿐이다”며 “롤은 앞으로도 독보적인 인기를 누릴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즉 한국 롤 프로리그는 ‘프랜차이즈’ 모델을 도입했다. 실력에 따라 프로리그에서 생존을 결정했던 ‘승강제’에서 순위에 상관없이 리그에 남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모델로 전환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각 팀에서 당장의 승패를 고민하기보다 장기적인 투자와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또한, 지난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lympic council of asia, OCA)는 e스포츠가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정식 종목으로 선정됐음을 공식 발표했다. e스포츠에 대해 총 6개의 메달을 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e스포츠를 통해 국위선양이 가능한 직접적인 통로가 생긴 셈이다.
e스포츠가 아시안 게임의 정식종목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이성훈(25, 부산시 사상구) 씨는 “잘 됐다”며 “어린 아이들의 유흥이라고 보던 e스포츠의 시선이 이번 아시안 게임으로 국위선양이 가능한 하나의 종목으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