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소개하는 글 올려 만남 주선...개인 신상정보 유출과 교제의 상품화 등 문제점도 / 천동민 기자
SNS상에서 ‘OO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페이지는 누구나 한 번쯤은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OO 대신 전해드립니다’는 대학이나 회사 구성원들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제보자가 메시지를 보내면 관리자는 이를 그대로 타임라인에 게시해 주는 기능을 한다.
게시된 내용은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라면 누구든 볼 수 있다. 학교, 회사, 지역 단위로 운영되는 ‘대신 전해드립니다’는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어 특히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다가오는 봄을 맞아 '대신 전해드립니다'와 같은 커뮤니티 페이지를 통한 신개념의 소개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제보자가 익명으로 자신의 지인을 소개하고 만남을 주선하는 게시 글을 올리는 방식인데, 이러한 소개 글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지인을 태그하는 등 호응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 박모(22, 부산진구) 씨는 소개팅 게시 글에 솔로인 친구를 태그한 적이 있다. 그는 “장난으로 동네 친구를 태그했는데, 실제로 연락이 오고 만나는 것을 봤다. 사실 이런 글들은 다 장난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만남으로 이뤄지는 것을 목격하니 놀라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이영훈(22, 부산 사하구) 씨는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내리다 보면 벚꽃알바나 남자 친구 알바 등 커뮤니티 페이지를 통해 소개팅하려는 글이 자주 보인다”며 “대부분 지역이나 학교별 커뮤니티 페이지가 존재하고 활발하게 이용되다 보니 이를 통해 소개팅을 주선하는 새로운 문화가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소개팅을 주선하는 글뿐만 아니라 특정 인물을 찾는 게시 글도 있다. 인물의 인상착의나 입은 옷 등을 묘사해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으니 누군지 아는 사람은 댓글을 통해 알려 달라는 내용이다.
대학생 이모(24, 경남 창원시) 씨는 “얼마 전 내가 페이스북 태그가 됐다”며 “그 당시 입었던 옷과 있었던 장소와 일치하는 사람을 찾는 글이었는데, 누군가 나를 찾았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지만 불편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대학생 류모(23, 부산 동래구) 씨는 실제로 이 게시 글을 통해 여자 친구를 사귀었다. 그는 “누군가 글을 썼는데 인상착의가 나와 비슷하다고 친구가 나를 태그했다”며 “연락을 주고 받다 보니 호감이 생겼고,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커뮤니티를 통한 소개팅이 호응을 얻고 있지만 그에 따른 문제점도 생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개인의 신상이 쉽게 노출된다는 점이다. 대학생 박상훈(22, 경남 창원시) 씨는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이상형을 찾는 글이 올라오면 그 사람의 타임라인을 방문해 본다”며 “글에서 찾는 사람을 여기저기서 태그해주기 때문에 손쉽게 그 사람의 정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신상정보 유출뿐만 아니라 외모지상주의와 남녀교제의 상품화 문제도 대두된다. 대학생 이모(26, 부산 남구) 씨는 친구를 소개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는 “많은 댓글이 달려서 댓글에 달린 사람들의 프로필 사진을 일일이 살펴 봤지만 내키는 사람이 없어 포기했다”며“솔직히 제일 먼저 외모를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개 익명으로 소개글이 올라오는 만큼 마음에 안 들면 연락을 안 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위험 부담도 적다고 말했다.
이처럼 커뮤티니 페이지를 통한 소개팅의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학생 이다영(21, 경남 창원시) 씨는 “누군가 내 신상정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불쾌해질 수밖에 없다”며 “커뮤니티 페이지 관리자들은 무작정 글을 게시해 줄 게 아니라 일정한 규칙을 정해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자기 생각을 밝혔다.
직장인 배슬기(34, 부산 금정구) 씨도 “인터넷을 보면 '대신 전해드립니다' 같은 페이지에 실린 글들이 논쟁이 되거나 소송까지 가는 사례를 여러번 봤다”며 “소개팅을 주선하거나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아주는 것도 좋지만, 글을 게시하는 데 일정한 조건이나 규정 등 추후에 문제가 없도록 관리자들이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페이지가 연애가 목적이 되는 페이지 바뀌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예전에는 드물게 보여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심각성도 느끼고 있고요 심각성이 느껴질 만큼 강의시간에도 다루어 보고 해결법도 찾아보곤 했습니다 관리자, 제보자 누구라할 것 없이 신경을 써야한다 생각합니다 페이지의 본 역할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