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하면 으레 부산국제영화제, 해운대, 돼지국밥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부산의 숨은 보석은 따로 있다. 매년 여름 부산에서 열리는 국내 최초, 아시아 최대 ‘부산국제광고제’가 바로 그것이다. 전 세계 광고·마케팅 산업 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의 장이다.
외국에서는 부산국제광고제가 ‘AD STARS’라는 별칭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올해로 11회를 맞은 2018 부산국제광고제는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부산국제영화제와 쌍벽을 이루는 부산의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산국제광고제는 2008년 첫걸음을 뗐다. 서구 중심 광고시장에서 벗어나 광고의 지역적 ‘다양성’을 추구하겠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그러나 제1회 부산국제광고제에 출품된 작품은 고작 3105편이었다. 부산국제광고제는 이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새로운 길을 걸었다. 최대한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작품이 출품될 수 있도록 출품료도 받지 않았다. 그 결과, 출품작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2012년에는 1만 431편으로 처음 1만 편을 넘어섰으며, 2017년에는 2만 1503편의 출품작을 기록했다. 올해 2018 부산국제광고제에는 2만 342편의 출품작이 몰렸다.
이로써 부산국제광고제는 전 세계 유명 광고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출품작이 2만 편을 넘는 광고제는 부산국제광고제를 포함해 전 세계 단 네 곳 뿐이다. 부산국제영화제(AD STARS), 프랑스의 칸(Cannes Lions), 미국의 원 쇼(One Show), 영국의 디앤에이디(D&AD) 등이다.
최환진 부산국제광고제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광고제가 올해로 11회를 맞았다. 지난해부터 2만 점이 넘는 작품이 출품돼 질적, 양적으로 성장한 광고제가 됐다”며 “선진국이 주도하는 세계의 광고 시장에서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국제 광고제로 자리매김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자평했다.
최 위원장은 부산국제광고제의 비약적인 발전에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전략’이 있다고 귀띔했다. 부산국제광고제는 출품료를 없애고 상금을 걸었다. 대부분 국제 광고제들은 상업적으로 운영된다. 최 위원장에 의하면, 칸 광고제는 광고를 출품하는데 한화 100만 원가량 든다고. 하지만 칸은 명예를 중시하기 때문에 수상자들에게 상금은 주지 않는다. 최 위원장은 “좋은 광고는 전 세계 각 지역의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반응을 불러내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개발도상국 출신 회사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전 세계 학생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고도 국제광고제들의 비싼 출품료 때문에 출품을 망설이는 현실을 부산국제광고제가 개선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제11회 부산국제광고제의 주제는 ‘초연결시대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다. 최근 광고와 마케팅 생태계는 큰 변화를 맞았다고 최 위원장은 설명한다. 소비자들이 과거 TV 광고를 통해 수동적으로 정보를 얻던 시대는 한참 지났다는 것. 최 위원장은 “모든 소비자들이 인터넷에 연결돼 직접 정보를 찾고, 의견을 공유하며, 구매를 결정한다”며 “격변하는 마케팅 환경 속에서 스마트한 소비자들을 어떻게 광고로 설득할 것인가에 대해 해답을 줄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부산국제광고제는 크게 세 가지 행사로 나뉜다. 전 세계에서 출품된 2만여 출품작들을 평가하고 수상하는 ‘어워드 분야’, 광고 전시 및 광고 관련 기업 홍보가 이뤄지는 ‘전시 이벤트’ 분야, 그리고 광고 트랜드를 배울 수 있는 ‘컨퍼런스’ 분야다. 이중 올해 부산국제광고제가 준비한 컨퍼런스는 △키노트 △크리에이티비티 △애드테크 △오픈스테이지 총 4개의 트랙, 총 60여 개의 강연 세션이다. 각 세션은 광고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창의성 향상을 위한 강연들로 구성돼 있고 대부분 유료다. 그러나 미래 광고인을 위한 취업 설명회와 오픈 스테이지 트랙 등은 무료로 일반인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중 최 위원장이 꼽은 컨퍼런스 세션의 백미는 키노트 트랙이다. ‘초연결시대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테마에 맞게 넓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광고업계의 저명한 인사들을 초청했다. ‘브랜드전략과 미디어 변화, 그리고 광고의 미래’를 주제로 제일기획 유정근 사장, 구글의 서황욱 디렉터, 사치 앤 사치의 아리 하퍼(Ari Halper) 수석 크리에이티브 책임자가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세계적 광고계 리더들을 만나는 일은 부산국제광고제의 알짜 선물인 셈이다. 최 위원장은 “저명한 키노트 스피커를 섭외하기 위해 작년부터 공을 들였다”며 웃었다.
최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광고를 통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을 강조했다. 초연결 시대의 광고는 스마트 컨슈머를 움직일 수 있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소비자와 생산자가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단다. 최 위원장은 “광고제의 슬로건이 ‘Share creative solutions, change the world’다. 세상을 바꾸는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을 공유하자는 뜻”이라며 “급변하는 광고 환경에서 기업과 광고인들에게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도움이 되는 행사가 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부산국제광고제는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까. 최 위원장은 “양보다 질”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는 최대한 많은 광고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양적인 성장에 몰두했다고. 앞으로는 광고제의 질을 높여 광고인과 일반인들의 발걸음을 광고제 행사장으로 이끄는 데 주력하겠단다. 최 위원장은 “광고제의 알찬 구성을 위해 각 컨퍼런스와 스피커의 수준을 높이려고 노력했다”며 “광고제의 가치를 높이고, 다른 광고제보다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계속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일반인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최 위원장은 “부산국제광고제는 광고라는 창의적인 솔루션들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라며 “전문광고인들 말고도 일반인들을 위한 전시, 세미나, 오픈 프로그램들을 많이 마련했다. 창의적 문제 해결이나 광고에 관심 있는 많은 시민이 광고제에 방문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최환진 집행위원장은 제일기획에서 광고기획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한신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로 있다.
한편, 제11회 2018 부산국제광고제는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부산 벡스코 및 해운대 일원에서 3일간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가 후원한다. 이번 국제광고제에는 전 세계에서 출품된 2만여 개의 광고 중 본선에 오른 1719편의 광고가 전시된다. 전시된 광고들은 광고 기간 중 최종 본선 심사를 거쳐 그랑프리, 금, 은, 동상 등 어워즈를 수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