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백신 사망 억울함 호소 국민청원 등장
근거없는 음모론 기승... "전문가 믿고 따라야"
26일 0시 기준 독감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고 사망했다는 신고 사례가 총 59건이다. 질병관리청은 이 중 46건은 백신과의 인과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해 접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공포심, 불신 등의 이유로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 일명 '백신 포비아'들은 정부가 위장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
27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동생 죽음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은 지난 14일 독감 백신을 맞고 이틀 후인 16일에 사망한 인천의 17세 고등학생의 형이라고 밝히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청원은 “멀쩡하던 동생이 백신을 맞고 이틀 만에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부검에서 아질산나트륨이 나왔다는 사실로 독감 백신과의 인과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극단적 선택으로 사건을 종결시키려 한다”고 밝혔다. 27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이 청원에는 약 1만 8000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사망한 A 군이 직접 아질산염을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질산나트륨은 햄, 소시지 등 육가공품을 만들 때 육류 보존제로 쓰이는 식품첨가물이지만 다량을 복용하면 사망할 수 있다.
백신에 공포를 느끼는 백신 포비아들은 “극단적 선택을 앞둔 사람이 백신을 맞으러 가느냐”, “노인은 기저질환, 젊은 사람은 극단적 선택으로 위장하는 것이냐”며 국가가 국민의 죽음을 조작한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또, 이들은 지난번 북한의 민간인 사살사건에서 월북 가능성이 있었다는 말을 언급하며 국가 책임론을 부추긴다. 이들 중 일부는 국가가 백신을 이용해 인구수를 조절하려 한다는 음모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명확한 사망 원인이 나왔는데 어떻게 더 이상 백신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나”라며 음모론의 행태를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매년 백신을 맞던 할머니가 이번에는 전부 백신 탓이라고 말하는 음모론과 언론들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착잡하다”며 근거없는 음모론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 "나도 독감 예방접종을 한다. 전문가의 판단을 믿고 예방접종에 참여해달라”고 강조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백신 접종 후, 발열이나 무력감, 두통, 전신 통증 등이 하루 이틀 정도 지속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면역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이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작년 독감백신 접종 후 일주일 이내에 사망한 노인 수가 약 1500여 명”이라며 이번 백신과 사망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 SNS를 통해 “독감 백신에 대해서 보건당국이 전문가들이 함께 검토해 내린 결론과 발표를 신뢰해 주시길 바란다”며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