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롭고 신선함만 추구하는 대중에게도 문제 있어
일탈이란 규범과 법을 위반하는 비정상적 행위를 의미한다. 일탈은 공식적으로 제정된 규칙을 어기는 비도덕적 행위뿐만 아니라 야만성, 폭력성, 정신병, 급진주의, 말더듬기, 거짓말 등 많은 것들이 포함돼 있는 매우 광범위한 개념이다.
얼마 전, 기획사의 15년차 에디터가 같이 일하는 한 연예인으로부터 면전에 대한 삿대질, 굴욕을 주는 행동, 혀로 날리는 칼침을 맞는 등 잊을 수 없는 갑질을 당해 그녀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받고 싶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글 속 의혹 대상이었던 레드벨벳 아이린은 갑질 행위자가 본인이 맞음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올리는 소란이 있었다. 갑질 피해 폭로 글에는 레드벨벳의 전 스타일리스트와 매니저, 스태프들이 줄줄이 ‘좋아요’를 누르며 그녀의 잘못된 행동에 공감했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는 자본주의의 욕망이 만들어낸 가상성, 즉 시뮬라시옹(simulation, 실체의 인위적 대체물, 즉 이미지)의 세계라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외제차와 명품을 사기도 하지만 ‘명품’을 소유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남에게 보이기 위해 그런 사치를 하는 이유가 더 클 것이다. 보여주는 게 직업인 연예인에게는 시뮬라이옹 이론이 완벽히 적용된다. 남에게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곧 그들의 직업인 것이다.
그래서 아이돌 업계에서 ‘이미지’는 곧 상품이 된다. 이러한 이미지 쇼윈도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돌 가수들은 춤, 노래뿐만 아니라, 말하는 것과 그들의 작은 행동 하나까지도,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 트레이닝을 받은 후 세상에 나온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상의 자신’ 모습을 대중에게 어필하며 활동한다.
아이린의 언행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나는 그녀의 비도덕적 인격 문제가 오로지 개인만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린의 ‘상품으로서의 가치’, 즉 이미지만 관리해주고 카메라 뒤 인간 배주현(아이린 본명)의 내적 변화는 방치해버린 연예기획사와, 늘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만을 추구하고 소비하는 대중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녀를 감싼 시스템들이 그녀가 갑질을 누릴 권력이 있다고 착각에 빠지게끔 설정돼서 그녀 자신은 자신의 행위가 잘못된 행동이라 인지하지 못했을 거다. 아이린의 갑질을 합리화하자는 뜻이 아니다. 그녀는 해서는 안 되는 비인간적인 짓을 했고, 팬들과 피해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갑질논란’이 일어난 이상 그녀의 연예인적 이미지란 상품가치는 후에 갖춰진 인격으로 거듭난다 한들 복원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연예기획사들은 연예인들을 화면 속의 이미지가 아닌 본연의 자신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교육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