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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주 육성 위한 K리그 'U-22 의무출전제' 악용 사례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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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주 육성 위한 K리그 'U-22 의무출전제' 악용 사례 '씁쓸'
  • 취재기자 강지원
  • 승인 2021.06.2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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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수 시 교체 카드 5장 확보... 어린 선수 성장 도모
교체 카드 확보 위한 악용 사례 잇따라 제도 허점
'22세'라는 기준으로 인해 22세를 넘긴 어린 선수 소외
올 시즌 국내 프로축구리그 K리그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U-22 의무출전제’다. 2019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올해 들어 많은 변화를 겪었다. 선발 명단과 교체 명단을 통틀어 두 명 이상의 22세 이하 선수를 포함시켜야 하며 그 중 최소 한 명은 선발 출전을 해야 한다는 게 골자이다. 추가적으로 올 시즌부터는 최소 한 명 선발 출전을 포함해 총 두 명 이상의 22세 이하 선수가 그라운드를 밟을 시 교체 카드를 다섯 장으로 늘려준다. 반면 22세 이하 선수를 단 한 명도 선발 기용하지 않는다면 해당 경기의 교체 카드는 2장으로 제한된다. 한 명을 선발 기용하되 교체 명단에 있는 22세 이하 선수를 추가적으로 투입하지 않는다면 교체 카드는 3장으로 유지된다. 이러한 변화가 시행된 이유는 역시 교체 카드 추가 확보라는 유리한 요소를 적용해 어린 선수들의 폭넓은 활용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울산현대축구단 스태프 박준형(22, 서울시 노원구) 씨는 “지난 시즌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군 리그가 개최되지 않아 아쉬웠다”며 “그런 의미에서 U-22 의무출전제는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하나원큐 K리그1 울산과 성남 간의 경기가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펼쳐지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지난 20일 하나원큐 K리그1 울산과 성남 간의 경기가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펼쳐졌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실제로 U-22 의무출전제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구단은 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다. 우선 수원 삼성은 일명 ‘매탄고등학교 출신’ 3인방인 정상빈, 김태환, 강현묵을 적극적으로 기용했고, 결국 이들은 팀에서 주전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특히 올 시즌 가장 ‘핫한 신인’으로 불리는 정상빈은 소속팀에서의 활약상을 바탕으로 이번 달 초에 있었던 카타르 월드컵 지역 예선 명단에 뽑혔으며 데뷔전에서 골까지 기록했다. 부산 아이파크 스태프 류호선(23, 부산 동래구) 씨는 “어린 선수에 대한 적극적인 기용은 관객 동원에도 도움이 된다”며 “이를 통해 많은 어린 선수들이 유럽행에 도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시즌부터 99년생 송민규에게 출전 기회를 주었다. 덕분에 송민규는 팀에서 단순히 주전급 선수를 넘어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송민규는 지난 시즌 K리그 영플레이어 상을 수상했으며 올 시즌 역시 일곱 골을 뽑아내 리그 득점 순위 5위에 랭크되는 등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울산현대축구단 또한 앞서 언급한 두 구단만큼은 아닐지라도 꾸준하게 22세 이하 선수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2000년생인 김민준은 올 시즌 울산현대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비록 45분 이상 출전한 기록은 없더라도 제한된 출전 시간 내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선보이며 믿음에 보답하고 있다. 김민준은 리그에서 현재까지 다섯 골을 기록하며 팀 내 득점 2위에 올라있다.
울산현대축구단 소속의 김민준 선수 액자가 문수축구경기장 벽면에 걸려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울산현대축구단 소속의 김민준 선수 액자가 문수축구경기장 벽면에 걸려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어린 선수들에 대한 기회 확대는 올림픽 대표팀의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올림픽 대표팀은 23세 이하 선수들로만 발탁되기 때문에 K리그에서 U-22 의무출전제가 잘 활용된다면 이는 분명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다음 달 열리는 도쿄올림픽에서 축구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는 기대감도 여기서 나온다. K리그 팬인 김범준(23, 부산 수영구) 씨는 “U-22 의무출전제가 잘 활용돼 올림픽 대표팀이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의 황금세대로도 이어지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음 달 열리는 도쿄올림픽에서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사진: piaxabay 무료 이미지).
다음 달 열리는 도쿄올림픽에서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반면 U-22 의무출전제를 악용하는 사례도 이어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체카드를 다섯 장 확보하기 위해 경기에 일찌감치 22세 이하 선수 두 명을 모두 선발 출전시켜놓고 전반전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교체 아웃시킨 사례가 있다. 수원FC는 올 시즌 22세 이하 선수로 이영준, 조상준, 전종호 등을 활용했는데 정작 이 선수들이 뛰는 시간은 경기당 20분도 되지 않는다. 실제로 수원FC는 최근 리그 5경기에서 22세 이하 선수를 2명씩 선발 출전시켰는데 그동안 이들이 17분 이상 소화한 경기는 단 한 차례도 없다. 특히 지난 4월에 있었던 FC서울과의 경기에선 조상준과 이영준을 경기 시작 2분 만에 빼기까지 했다. 단순히 교체 카드 확보만을 위해 22세 이하 선수들을 이런 식으로 기용한다면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하는 U-22 의무출전제를 시행하는 의미가 없다.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KUSF 기자단 성기원(24, 울산 남구) 씨는 “경기 시작 15분 만에 빼버리는 건 어린 선수를 육성하는 취지에 맞지 않다”며 “고작 몇 분 뛰고 나오는 게 성장에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유스 시스템이 잘 정착된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격차가 벌어질 수도 있다. 사실 어린 선수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면 기본적으로 인프라 같은 시스템 차원에서 개선이 우선시돼야 한다. 하지만 강제적으로 22세 이하 선수를 출전시키도록 한다면 주전급 어린 선수를 보유하지 못한 팀은 오히려 전력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좋은 유스 시스템을 통해 주전급 어린 선수들을 보유한 팀에게만 수혜가 돌아간다.
지난 20일 하나원큐 K리그1 울산과 성남 간의 경기가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펼쳐지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지난 20일 하나원큐 K리그1 울산과 성남 간의 경기에서 홈팬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지원).
‘22세’라는 기준을 정해놓은 것도 문제다. 22세 이하 선수들만이 어린 자원이 아니라 23~24세 선수들 또한 어린 자원이다. 22세 이하 선수들은 U-22 의무출전제를 통해 보호 받을 수 있지만 22세를 넘긴 어린 선수들은 소외된다. KUSF 기자단 성기원(24, 울산 남구) 씨는 “고작 한두 살 차이로 인해 선수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어린 선수들의 육성은 필수적이다. 단순히 지금 잘하는 선수뿐만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에게도 적절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새롭게 시행되는 ‘U-22 의무출전제’는 작은 희망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 희망을 결과로 바꾸기 위해서 U-22 의무출전제는 여러 미흡한 부분들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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