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빙질 주의보’ 내려져... 경기 중 넘어진 선수 속출
두 번째 코너를 돌 때만 자주 넘어져... 미끄러지지 않아야 메달권 안에 들 수 있는 경기 돼
같은 경기장에서 오전에는 피겨, 오후에는 쇼트트랙 경기가 치러지면서 생긴 문제라고 분석
2022 중국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빙질 주의보’가 내려졌다. 코너를 돌 때 중심을 잃거나 스케이트 날에 걸려서 넘어지는 장면이 이번 대회에서 유독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계 화면으로 자꾸만 넘어지는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조마조마함을 느꼈던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한국 선수들 중에서도 넘어진 선수가 속출했다. 지난 5일 열린 혼성계주 2000m 예선에서 박장혁 선수가 미끄러지며 넘어졌고, 지난 7일 쇼트트랙 여자 500m에 출전한 최민정 선수는 2위를 유지하며 레이스를 펼쳤지만 2바퀴를 남기고 미끄러지며 아쉽게 탈락했다. 우리나라 선수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미끄러져 넘어지는 선수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선수들은 빠르게 결승점을 통과하는 것만큼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는 것도 신경 써서 경기를 진행해야만 했다.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자꾸만 미끄러져서 넘어지는 선수들을 보며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독 두 번째 코너를 돌 때만 선수들이 넘어졌기 때문이다. 다섯 명이 경기를 진행하는데 세 명이 넘어져 두 명만 결승점을 통과하는 경우도 있었다. 쇼트트랙 선수들도 일정 속도를 내지 못하고 조심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자꾸만 선수들이 넘어지자 TV 너머로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경기장의 빙질이 엉망인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졸지에 미끄러지지 않는 선수가 메달권 안에 들 수 있는 경기가 되자, 선수들은 미끄러지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강권이 됐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새로운 문제로 떠오른 ‘빙질’은 사실 중국이 올림픽 시작 전부터 자신감을 드러내던 부분이었다.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평창 올림픽 경기가 열린 강릉 오벌과 경기장 분위기와 빙질이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출신 아이스 메이커가 빙질을 관리해 세계 최고 수준의 빙질을 자랑한다는 것. 다른 경기장보다 속력을 내기 용이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선수들이 자꾸만 넘어지며 중국이 자신하던 ‘빙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빙질 불량의 원인으로 같은 경기장에서 오전에는 피겨 경기가, 오후에는 쇼트트랙 경기가 치러지면서 생긴 문제라고 분석했다. 피겨 경기 뒤 온도를 바꾸고 펜스를 다시 설치해 쇼트트랙 링크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아 빙질이 좋지 않다는 것.
피겨와 쇼트트랙의 빙질은 다르다. 점프와 스핀을 해야 하는 피겨는 부드럽게 미끄러져야 하지만, 빠른 속도를 내야 하는 쇼트트랙은 단단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겨는 얼음 두께 약 5cm에 영하 3~4℃, 쇼트트랙은 얼음 두께 약 3cm에 영하 7℃로 링크를 만든다. 피겨에서 쇼트트랙으로 링크를 변경할 때 냉동 시스템을 풀가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최용구 대표팀 지원단장은 경기장 빙질이 안 좋은 것은 중국의 빙질 관리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지적했다. 최 단장은 “중국에서도 최고 빙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오전에는 피겨 경기가, 오후에는 쇼트트랙 경기가 열려 문제를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누리꾼들은 “빙질 불량으로 넘어지는 선수들이 저렇게 많은 게 말이 되냐”, “빙질이 양배추 썰리듯 서걱서걱 썰린다던데 올림픽 경기장이 그래도 되냐”,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이기는 경기다”, “올림픽 경기 맞냐”, “보는 내가 다 조마조마하다”, “같은 구간에서만 유독 자주 넘어지는 게 눈에 보이는데 빙질 불량이 확실하다”, “올림픽 경기인데 준비 좀 제대로 하지”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