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1-01 16:59 (금)
직접 해본 신속항원검사... '찜찜한 음성' 결과 믿을 수 있는지 의문
상태바
직접 해본 신속항원검사... '찜찜한 음성' 결과 믿을 수 있는지 의문
  • 취재기자 권지영
  • 승인 2022.02.14 17: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건소 선별검사소 찾은 시민들 "검사 신속하지 않다" 지적
자신이 직접 하는 검체채취 못미더워..."PCR 검사 확대를"
새로운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 시행 2주가 지났다. 신속항원검사는 PCR보다 다소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30분 이내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빠른 검사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검사소를 찾은 많은 시민들은 ‘신속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사 결과를 못 믿겠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1일 신평 레포츠공원에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시민들이 줄 서 기다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권지영).
지난 11일 부산 신평 레포츠공원에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권지영).
지난 11일 오후 5시 부산시 사하구 보건소 구청 선별 진료소 맞은편 신평 레포츠공원에는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한 대기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사하구보건소 선별진료소는 PCR과 신속항원검사 장소가 나누어져 있다. PCR 검사는 사하구 선별진료소에서 신속항원 검사는 바로 옆 신평 레포츠공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검사장 분리로 더 빠르게 검사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만 60세 이상, 역학적 연관자, 고위험군만 PCR 검사를 받을 수 있고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검사자들은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PCR 검사장은 신속항원검사장보다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기자는 신속항원검사 대상자다. 검사 마감 직전에 줄을 서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정보를 듣고 마감 30분 전 줄을 섰다. 검사 대기 줄이 다른 시간대보다 상대적으로 짧긴 했지만 음성확인서를 받기까지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됐다.
검사를 끝낸 시민들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권지영).
검사를 끝낸 시민들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권지영).

■ 연속된 ‘대기-대기-또 대기‘...거리두기 지켜지지 않아 

신평 레포츠공원 운동장에 줄을 서 차례를 기다렸다. 가족과 친구와 함께 온 시민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눴고 혼자 온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30분 정도 운동장에서 기다린 끝에 드디어 입구로 들어갔다. 입구에 들어서니 ▲접수 ▲키트 배부 ▲검사 ▲확인 등 여러 개의 부스들이 보였다. 접수 부스에 가기 전 밖에 설치된 간이 책상에서 검사 신청서를 작성했다. 검사 신청서에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성별, 주소 등을 적었다. 작성한 신청서를 접수 부스에 가져가면 신분확인 절차를 거친다. 그 후 바로 옆 키트 배부 부스에서 신청서에 번호와 검사 완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적은 뒤 키트를 줬다. 입구에 들어서고 여기까지 걸린 시간만 10분. 검사 부스에 들어서기 전까지 또 10분이 걸렸다. 대기와 대기의 연속이었다.

■“빨리 마스크 써주세요”... 마음 조급해져 제대로 검사된 건지 의문

보건소에서 제공한 신속항원키트는 편의점과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자가진단키트와 동일한 제품이었다. 검사부스 안에서는 안내에 따라 4명씩 자리에 앉았다. 검사자들은 직접 면봉을 꺼내 콧구멍에 넣었다. “양쪽 콧구멍에 넣어서 5번씩 돌려주세요”. 안내대로 하고 있지만 콧구멍 안쪽 깊이 제대로 안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자택에서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했을 땐 재채기와 눈물이 나오고 면봉에는 코피가 조금 묻어져 나왔다. 하지만 이번 검사에서는 콧구멍에 면봉이 들어가는 거북한 느낌도 덜해서 더 깊게 넣어서 다시 하려고 했지만 의료진은 “마스크 빨리 써주세요. 마스크 써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검사 대기자가 많아 빨리 끝내고 싶었던 건지, 의료진인지 봉사자인 건지도 알 수 없었다. 검사를 덜 끝낸 기자에게 빨리 마스크를 올리라고 재촉하니 제대로 검체를 채취할 수 없었다. 작은 스포이드 용기에서 면봉을 빼 세 방울 정도 진단기에 떨어뜨리고 확인부스에 제출했다. 15분 후에 결과를 확인했더니 다행히 음성이었다. C 옆에 한 줄이 나오면 음성이다.

■ 자신 스스로 검체 채취 못 미더워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이 결과를 과연 믿어도 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신속항원검사로 제대로 된 검체 채취를 위해서는 코 깊숙이 깊게 찔러 넣어야 한다. 검사를 해보니 무서워서 면봉을 제대로 넣지 못하는 경우와 기자처럼 재촉에 쫓겨 어영부영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가수 겸 뮤지컬배우 김준수와 개그우먼 홍윤화도 각각 신속항원검사를 5번 해 여러 번 음성판정을 받았으나 이후 PCR 검사를 진행한 뒤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 따르면 신속항원진단 민감도는 PCR 대비 41.5%로 위음성(거짓 음성)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전문 의료인들의 지적도 있다. ‘가짜 음성’ 확진자가 일상생활을 하다 온 가족과 지인들에게 감염을 퍼트릴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학회는 의료진이 아닌 일반인이 자가 검사를 했을 경우엔 민감도가 20%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한 신속항원검사가 아닌 PCR 검사를 더 적극 시행하고 의료인이 하는 항원검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