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전통어촌 축제 정착...수문장 교대식, 고기잡기 체험, 좌수사 퍼레이드 등 눈길 / 송순민 기자
부산 광안리 어방축제가 해를 거듭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올해 18회 축제는 지난달 27~29일 사흘간 열렸다. 방문객만 무려 23만 명으로 집계됐다. 정작 외지인들보다 상당수 부산 시민들이 이 축제를 잘 모르고 있다. 현장 르포를 통해 어방축제의 매력을 짚어봤다.
꽃샘추위가 지나갔지만 조금은 쌀쌀한 날씨를 보였던 지난달 27일. 한적하던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이 인파로 북적였다. 모래사장에는 다양한 체험거리가 넘쳐나면서 곳곳에 구경꾼들이 몰렸다. 어떤 사람들은 초가집을 본 뜬 체험장을 경험했고, 어떤 이들은 연을 날렸다. 다정한 커플이 기념 사진을 찍고, 일부 관광객들은 주리 틀기를 체험하며 즐거워했다. 손으로 직접 물고기를 잡던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제18회 광안리 어방축제는 이렇게 사람들로 붐볐다.
광안리 어방축제는 올해로 개최된 지 18년이 되는 부산 수영구의 대표적 행사다. 올해는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진행됐다. 원래 수영구에서는 남천과 민락 활어축제, 광안리 해변축제, 남천동 벛꽃축제??nbsp;따로 열렸지만, 2001년 수영구가 나서서 이들을 통합, 광안리 어방축제가 됐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통어촌의 민속을 주제로 열리는 축제로 매년 4월말에 개최되고 있다. 광안리 어방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3년 연속으로 유망축제로 선정됐다.
어방이라는 단어는 광안리가 위치한 수영구의 지리적 특성으로 생긴 말이다. 수영구는 예로부터 어자원이 풍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수영(水營)이란 말도 해군본부를 의미한다. 조선시대에는 경상좌수영이 수영구에 자리잡음에 따라 수군(水軍)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군이 어민과 함께 고기잡이에 참여했다. 현종 11년에는 성에 어방(漁坊)이라는 것을 두며 이를 <좌수영어방>이라 명명했다. 어방은 현대의 수산업 협동조합과 비슷한 개념으로 어촌 공동체를 부르는 말이다. 과거에 행해지던 어로작업을 놀이로 구성한 것이 바로 ‘좌수영 어방놀이’이며, 이는 중요무형문화재 제62호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어방축제는 이러한 수영구의 전통을 이어간다는 의미로 어방이라는 축제명을 사용하고 있다.
4월 27일 오전, 광안리에는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정신 없이 움직였다. 견학 온 학생들이 궁금한 듯 현장을 지켜봤다. 부모들과 함께 구경 나온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해변 앞 인도에 설치된 소망등은 수영구민들의 한해 소망이 적혀 있었다.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견학 온 학생들이 적막한 해변을 활기찬 모습으로 바꾸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본격적으로 축제가 시작됐다. 축제를 보러 온 사람들이 많진 않았다. 2시간마다 한 번씩 준비되어 있는 수문장 교대식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옛 경상좌수영의 수문장 교대식을 재현해낸 행사와 수군의 무예 수련 장면을 보는 사람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해변 바로 옆에는 광안리 아트마켓이라는 이름의 폴리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돌아다니며 물건들을 구경하고 구매했다. 광안리 아트마켓은 원래 축제와 상관없이 매주 토, 일요일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열리며 광안리 바닷가 입구 일대에서 열린다. 축제기간에는 축제가 끝날 때까지 아트마켓이 열렸다. 축제기간 많은 사람들이 아트마켓에서 다양한 물건들을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음날 28일 본격적인 주말이 시작되자, 광안리 해변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다양한 체험을 하며 즐거워했다. 어방축제 첫날과 다른 모습도 보였다. 첫날에는 볼 수 없었던 전통연들이 하늘을 무수히 수놓고 있었다. 사람들은 앉아서 음식도 먹고 사진을 찍으며 축제를 즐겼다.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한복을 무료로 입어볼 수 있는 체험장이 열렸기 때문이었다.
부산에 살지만 어방축제는 처음이라고 말하는 탁수정(24, 부산 남구) 씨는 축제가 무엇을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복지관에서 일하는 데 복지관을 통해 알게 됐다. 이런 축제가 있는지 근처에 살지만 몰랐다. 와서 보니 옛날 문화를 잘 살려놓은 것 같고, 다양한 볼거리에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해변을 지나는 도로를 경찰들이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멀리서 시끌벅적한 행렬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방축제의 하이라이트인 경상좌수사 행렬이었다. 조선시대 경상좌수사 행렬을 재현한 150명의 인원 이외에도 다양한 공연팀과 퍼레이드가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부산지역의 다양한 동호인들과 세계 민속 공연 팀도 행렬에 참여해서 사람들의 눈을 쉴 새 없이 현혹시켰다. 거리는 어느새 다 함께 놀면서 즐기는 말 그대로 축제의 장이 됐다.
퍼레이드를 구경한 김영준(24, 부산 남구) 씨는 행렬이 지나가면서 누구나 같이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퍼레이드에 참가한 사람들이 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다 있어서 보기 좋았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축제인 것이 최고 매력이다”라고 했다.
축제를 다양하게 즐긴 김용태(26, 전남 광양시) 씨는 부산 특유의 축제 분위기가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 이런 축제가 있는지 몰랐는데 매우 신기했다. 그리고 즐길 거리가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고, 부산의 특색이 잘 녹아 있는 것 같아서 만족스러운 경험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문화 공연과 체험, 무형문화재 공연들이 준비돼 있다. 또한 아이들을 위한 체험도 많이 존재한다. 맨손으로 활어잡기 체험은 어린이 누구나 참여 가능해 부모와 아이들 모두 만족해 했다. 잡은 물고기를 즉석에서 요리하여 시식할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수영구청 관계자는 올해 축제를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올해 축제는 약 23만 명 정도의 인파가 찾아왔다. 작년보다 1만 명 정도 더 찾아왔다. 인터넷에 후기가 많이 올라왔고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앞으로 어방축제의 세세한 부분까지 더 전통적인 부분을 살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