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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이슬, 붉은 코스모스 꽃 / 김민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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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이슬, 붉은 코스모스 꽃 / 김민남
  • 김민남
  • 승인 2018.10.2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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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의구(山川依舊)란 말 옛 시인의 허사(虛辭)로고 
예(여기) 섰던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려

어릴 때 즐겨 부르던 노래다. 9월  8일은 한국 특유의 24절기 중 하나인 백로(白露)다.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서 풀잎에 하얀 이슬이 맺혀 백로가 된다.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 너른 들판에 오곡백과(五穀百果)가 무르익어가고 길가에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며 가을을 손짓한다. 가을이 오는 길목이 살며시 열리고 있다.
어느 가을 아침, 풀잎에 맺힌 이슬(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이맘 때 내 고향집 뒷뜰에는 감이 주렁주렁 열리고 한냇가 과일밭에는 사과가 붉게 영글어 간다. 어머니의 붉디붉은 그 사랑이 감처럼 사과처럼 지금도 숨쉬고 있다. 다가서면 꿈이런가 따뜻한 그 손길은 다시 잡을 길이 없다. 그 백로가 내 눈에 '이슬'로 맺힌다. 열흘 남짓이면 겨레의 큰 명절 추석(秋夕)이다. 고향길을 재촉하여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을 만나고 싶다. 마을 옛 서산 쪽 큰 소나무 가지에 내 세분 누님과 동네 누이들이 타던 그네줄에 매달려 노래라도 불러봐야겠다. 100여 가구가 살던 내 고향 마을엔 이제 60여 가구만 산다. 그래도 한두 명 남은 친구도 보고, 큰집 형수와 아이들 만날 수 있으니 아직은 고향길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영원한 노스텔지어(nostalgia)가 먼 꿈처럼 스민 고향, 개발과 성장이란 이름으로 고향산천을 허무는 일이 더 이상 없어진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밝고 큰 희망인가. 어제 일본 홋가이도(北海島)에 느닷없는 강진과 산사태로 한 마을이 통째로 흙더미에 파묻혀 엄청난 사상자를 냈다. 산을 잘 가꾼 일본도 자연재앙을 피할 수 없었는데, 그렇지 못한 우리는 더욱 경계하지 않으면 그보다 더 큰 자연의 보복을 스스로 몰고오게 된다. 고향은 어머니의 한없이 넓은 품으로 오래 우리들 곁에 머물도록 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어쩌면 우리가 오늘 편하게 누리는 이 현대의 문명보다 훨씬 더 값진 것이리라.
2018년 9월 10일, 묵혜(默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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