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3일, 아시아 경제에는 조인경 기자의 ‘남자는 축구, 여자는 무용?’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여성가족부가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7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한 ‘바꾸면 쓸모 있는 성 평등 교과서’라는 국민 참여 공모를 다뤘다. 공모에는 총 894명의 국민이 참여했으며, 교과서 속 성차별적 표현을 지적하고 바로잡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특성과 역할, 직업을 성별에 따라 구분하는 고정관념이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다. 국어 교과서에 ‘남성적’ 어조와 ‘여성적’ 어조를 구분지어 설명하는 것, 실과 교과서에 자녀를 돌보거나 식사 준비하는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 여성인 것, 과학자나 의사는 남성으로 그려지고, 기상캐스터나 간호사는 여성으로 그려진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 참여자는 국어 교과서에서 연약한 동물을 여성에 비유하고, 강한 동물을 남성에 비유하는 표현은 불필요하므로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실과 교과서의 경우, 식사 모습을 묘사한 삽화에서 엄마가 음식을 가져오는 장면은 가족 모두가 같이 앉아서 먹는 장면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사람은 기사의 댓글을 통해 아이들의 학습용 교과서에서 성별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삽화는 모순적이라고 주장하며 교육부의 발 빠른 대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위 신문 기사처럼 우리 일상에서 성차별적 요소가 교묘하게 존재한다. 교과서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의 교복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남학생 교복은 바지, 여학생 교복은 치마다. 치마는 분명 활동하기에 적합한 옷이 아니다. 책상에 앉아 열심히 공부하기를 요구하면서, 앉아 있기 불편한 옷을 입어야 하는 현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교복뿐 아니라 다른 유니폼도 마찬가지다. 치마 입은 여성은 다리를 편하게 벌리고 앉을 수 없다. 따라서 자연스레 움츠러든 자세를 취하게 된다. 그런 여성의 모습은 분명 권력자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차별은 불평등을 만든다. 그러므로 차별이 사라진다면, 불평등은 애초에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고등학생, 대학생, 교사, 경찰, 배우. 이 단어들을 이미지화해보자. 아마도 많은 사람이 ‘남성’인 경우를 떠올릴 것이다. 여성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위 단어들이 여고생, 여대생, 여교사, 여경, 여배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어떤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왜 디폴트 값은 항상 남성이어야 하는가? 부모라는 단어가 어머니와 아버지를 합친 단어라면, 왜 ‘모부’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가? 하물며 남녀차별이라는 단어는 존재하는데, 왜 ‘여남차별’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가?
말에는 힘이 있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원한다면, 우리는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이미 우리 일상에 만연한 차별적 요소들에 순응하지 말고, 계속해서 질문해야 한다. 그 질문들의 답이 여성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선물할 수 있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로 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