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용기 외부 충격에 내구성 부족 탓인듯 ...남양유업 전 제품 판매 중단" / 신예진 기자
남양유업이 생산하는 아기주스 ‘아이꼬야’에서 곰팡이가 발견돼 남양 측이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5일 온라인 맘카페에 ‘아이꼬야 주스 먹이다 기절할 뻔했어요’라는 제목의 글과 사진이 게시됐다. 아이 엄마 A 씨가 작성한 글에 따르면, 최근 A 씨는 10개월 된 아이에게 빨대로 아이꼬야 주스를 먹이던 중 빨대에 얼룩덜룩한 이물질이 묻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상함을 느낀 A 씨는 컵에 내용물을 부었고 주스 통 안에 가득한 초록색 곰팡이를 확인했다.
A 씨는 이날 곰팡이 사진 여러 장을 공유했다. A 씨는 “너무 충격을 받아서 차마 제품을 열어 볼 용기가 없다가 남양 직원 앞에서 열었다”며 “경악스러우니 비위 약한 분은 보지 말라”고 했다. A 씨가 공개한 사진 중 하나는 컵에 담긴 주황색 주스에 초록색 입자가 둥둥 떠 있는 상황이 담겼다. 제품을 반으로 자른 사진에는 초록색 곰팡이가 젤리처럼 뭉쳐져 있다.
A 씨는 “문제의 음료는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서 체험팩으로 받은 제품으로 주문 일자는 10월 18일”이라면서 “6개 중 ‘레드비트 사과맛’ 2개만 문제가 있었고 다른 맛인 나머지 4개는 깨끗했다”고 밝혔다. 그간 남양은 ‘아이꼬야’를 ‘우리 아이를 위한 안심 주스’라는 슬로건으로 홍보해 왔다.
남양유업은 지난 16일 홈페이지에 ‘고객님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불안과 논란이 여전히 지속되자 18일 다시 사측의 입장을 밝히고 재품 생산 자체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양유업은 아이꼬야의 포장용기인 카토캔(Cartocan) 용기가 사태의 원인으로 봤다. 카토캔은 종이캔의 일종으로 상대적으로 외부 충격에 내구성이 부족하다. 즉, 제조 과정에서는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배송 및 운송과정에서 외부 충격으로 내용물과 외부 공기가 접촉하면서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남양유업은 이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용기를 사용한 전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당사에서 보관 중인 제품까지 전량 폐기하겠다”면서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제품도 환불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의 판매 중단 및 전량 폐기 발표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소비자들이 ‘남양 불매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기 때문.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 사건에서 비롯한 대리점 영업사업 폭언 파문 이후 소비자의 외면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에 남양유업은 이미지 회복을 위해 최근 고군분투했다. TV 광고에서 남양이라는 기업명을 빼거나 음료 빨대로 용기에 적힌 기업명을 가리는 등 로고 노출을 줄인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남양 제품 이용하지 않은 지 오래인데 어느 순간부터 교묘하게 로고를 감춰 팔더라. 덕분에 이제 음료 살 때 빨대 뒤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아이스크림 맛집 백미당도 남양 제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상하목장, 폴바셋으로 바꿨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남양 제품을 되도록 안 사려고 한다. 의식적으로 가려내지 않지만 남양이란 이름이 보이면 내려놓는다. 그런데 요즘 로고를 숨겨서 구매하고 보면 남양이더라”고 혀를 찼다.
이번 사건으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불신이 다시 높아졌다. 특히 온라인 맘카페를 중심으로 “남양 불매”를 외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아이 엄마 B 씨는 “애기 분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양을 먹이고 있는데 분유만 끝나면 남양은 안 먹이고 싶네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남양유업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기업이 많으니 불매하기 편하다”며 “믿고 거르는 남양"이라고 분개했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아닌 유통 회사가 이번 사태의 책임이라는 주장도 냈다. 그러나 대다수 네티즌들은 이를 수긍하지 않는 모양새다. 한 네티즌은 “자기들 책임 회피하려고 ‘유통상의 문제’라고 변명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정도로 남양유업은 신뢰가 안 간다”고 했다. 다만, 한 네티즌은 “먹거리의 뿌리는 믿음”이라면서 “잘못이 남양에 있든 배송에 있든 책임지는 모습은 보기 좋다. '남양이 또?'라는 소리 그만 들어야지”라고 의견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