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자수 전년 대비 12% 이상 줄어 ‘주의’ 단계
헌혈 통한 코로나19 감염 등 걱정은 근거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헌혈하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혈액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나라 헌혈인구의 약 43%를 차지하는 고등학교, 대학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단체헌혈이 감소했다. 2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헌혈자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만 명(12%) 이상 줄었다.
보건복지부는 혈액수급위기단계를 총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관심(혈액수급 부족 징후, 5일분 미만), 주의(혈액수급 부분적 부족, 3일분 미만), 경계(혈액수급 부족 지속, 2일분 미만), 심각(혈액수급 부족 규모 확대, 1일분 미만)으로 분류된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20일 0시 기준으로 적정 혈액보유량은 2만 6000유닛인데 현재 혈액보유량은 2만 4350유닛으로 적정량보다 부족하다. 혈액형별 혈액보유현황은 O형 4.4일분, A형 4.8일분, B형 4.4일분, AB형 5.0일분으로 전체 평균 4.6일분이다. 지난 13일(0시 기준) 2.7일분으로 ‘주의’ 단계까지 떨어진 것에 비해 혈액보유량이 증가했지만 그래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부산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의 헌혈자 수는 지난해보다 1만 4000여 명 줄었다. 대한적십자사 부산혈액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부산지역 혈액 보유량은 2.6일분(1121 유닛)에 불과하다.
헌혈량은 크게 줄어들고 있는 반면에 혈액사용량은 증가하고 있다. 대한적십자가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병원의 정상운영이 어려워짐에 따라 진료환자 감소 및 수술 연기 등으로 줄어들었던 혈액사용량이 4월 중순 이후 증가했기 때문이다. 적혈구제제 기준으로 2월 4주 평균 공급량이 3693유닛에서 4월 4주 평균 공급량 5420유닛으로 1700유닛 이상 급증했다. 혈액보유량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을 경우, 교통사고나 재난 발생 시 대처가 어려워지면서 소중한 생명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개학이 미뤄져 단체헌혈이 감소한 탓도 있지만 코로나19와 관련된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헌혈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 대학생 최모(22, 부산시 남구) 씨는 “헌혈하다가 에이즈나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무서워서 못하겠다”고 밝혔다. 직장인 김모(28, 경남 창원시) 씨도 “평소에 헌혈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닌데 헌혈이 건강에도 안 좋다는 소문이 있어서 막상 하려면 꺼려진다”고 덧붙였다.
“헌혈은 건강에 해롭다”, “헌혈을 통해 없던 빈혈이 생긴다” 등 헌혈에 관한 부정적인 오해와 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Q&A로 알아본다.
Q: 헌혈을 통해 에이즈, 코로나19 등 질병에 감염된다?
A: 아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바늘과 혈액 백 등 채혈 물품들은 모두 일회용으로 사용 후 즉각 폐기한다.
Q: 헌혈은 건강에 해롭다?
A: 아니다. 우리 몸속 혈액은 비상시를 대비해 남성의 체중 8%, 여성의 체중 7%의 여유분을 갖고 있다. 1~2일 정도 지나면 체내 혈액순환이 완벽히 회복되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면 건강에 지장이 없다.
Q: 헌혈하면 혈관이 좁아진다?
A: 아니다. 헌혈의 횟수와 혈관수축과는 관련이 없다.
Q: 헌혈하면 빈혈이 생긴다?
A: 아니다. 헌혈은 체내에 있는 혈액 여유분을 나눠주기 때문에 헌혈 전 충분한 혈액이 있는지 검사한다. 그리고 헌혈자를 보호하기 위해 헌혈 가능 횟수는 연간 5회로 제한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3일 헌혈 독려를 위한 범부처 협조 방안과 대국민 홍보 대책 등에 대해 발표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각 부처에 개학 후 학생 단체헌혈과 군·민간·공공기관·정부 부처의 헌혈 독려 및 범정부적인 헌혈 인센티브제도를 요청했고, 개인 헌혈 제고를 위해 5월 11일부터 평일에도 사은품을 지급하는 등 헌혈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채혈 장소와 기기를 수시로 소독하는 등 방역관리를 강화했고, 채혈직원들은 KF-94 이상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헌혈자 접촉 시마다 손 소독을 하는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헌혈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
헌혈을 위해 방문 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발열 및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 최근 한 달 이내에 해외를 방문한 경우, 5월 6일 이태원 내 클럽과 주점 등을 방문한 경우는 출입이 제한된다. 추가로, 헌혈 후 자가격리 또는 확진을 받게 되면 지체 없이 혈액원에 알려야 한다.
오는 6월 8일부터 14일까지 약 일주일간 경성대학교에서 헌혈 캠페인을 한다. 부산혈액원 헌혈지원팀 관계자는 “헌혈 후 추첨을 통해 기념품을 증정한다”며 많은 경성대 학생이 헌혈에 많이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