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특정 연예인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기 위해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투약설’까지 퍼트린 정황이 나왔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국정원 적폐 청산 TF로부터 이명박 정부 당시 원세훈 전 장이 이끌었던 국정원이 '좌파 연예인 블랙리스트'에 오른 유명 연예인 A 씨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심리전 계획을 수립한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 해당 문건에는 심리전단 등을 동원해 A 씨가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루머를 인터넷과 증권가 정보지(일명 찌라시)에 익명으로 유포할 계획이 담겼다. '우유 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은 마약류로 지정된 수면마취제다.
최근 국정원 조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좌편향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방송인 김미화, 가수 윤도현, 배우 김규리 등 82명의 문화예술인이 포함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은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일거리를 잃거나 핍박을 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명박 정부의 ‘프로포폴 투약설’ 유포 소식에 국민들은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직장인 박민태(27) 씨는 “이명박 정부 당시 얼마나 시간과 돈이 넘쳤으면 국정원은 나랏 돈으로 불법 사찰에, 블랙리스트 작성과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짓을 벌였는지 개탄스럽다”고 비난했다. 박 씨는 “철저히 조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앞으로 어떤 사건이 또 밝혀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상식선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보수 진보를 떠나 그냥 넘어가기에는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들이 충격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이 전 대통령과 보수 야당에서 주장하는 ‘정치 보복’을 부인하며, “MB 정권 죽이는 정치 보복이 아니라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네티즌들은 “어디가 MB 정부의 바닥인지 모르겠다”, “국정원들이 하는 짓이 근거 없는 소문 퍼트리는 동네 일진 수준”, “국가 정보 기관이 범죄 소굴이 됐다”, “더럽고 치사하다”, “박근혜-최순실 사건 이후 또 부끄러운 사건이 한국에서 드러날 진 몰랐다” 등의 맹비난을 쏟아 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관계자들을 소환해 해당 문건의 작성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더불어, 실제 A 씨의 이미지 실추를 위해 심리전을 전개했는지, 프로포폴 투약설 유포 계획이 당시 청와대와 공조 하에 이뤄졌는지 여부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