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바지락 등 조개류에서 미세 플라스틱 검출..."인체 유해성은 아직 몰라" / 조윤화 기자
미세 플라스틱이 미세 먼지와 쓰레기 대란에 이어 또 다른 환경 재앙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생수, 조개 등 식품에까지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가 속속 보고되면서 ‘미세 플라스틱 재앙’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미세 플라스틱이란 5mm 이하 크기의 작은 플라스틱을 뜻한다. 크기 1mm의 미세 플라스틱은 혈관으로 침투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각질 제거용 세안제와 치약에 주로 쓰이던 미세 플라스틱을 규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7월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간 화장품은 만들거나 수입할 수 없도록 했으며, 올해 7월부터는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간 화장품은 아예 판매할 수 없다.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간 치약은 지난해 5월 23일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일부 수산물도 미세 플라스틱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하고, 이것들이 바다 생물 체내에 축적되면 사람이 수산물을 먹는 과정에서 이를 알게 모르게 섭취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육아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는 이미 생수, 조개류에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우려를 나타내는 글이 다수 게재돼 있다. 익명의 네티즌 A 씨는 “방금 국내산 조개, 굴 등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뉴스를 접했다”며 “기사를 보고 심각한 마음으로 양치질을 하러 화장실에 갔는데, 칫솔, 샴푸 통, 비누 받침대, 머리빗, 아이 물놀이 장난감부터 세면용 계단까지 어느 것 하나 플라스틱이 아닌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결국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우리 입으로 돌아오는구나 싶어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해당 게시글 댓글에는 A 씨의 글에 공감하며 “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소비하고 쓰레기만 만드는 삶인 것 같아 씁쓸하다”, “정말 플라스틱과 비닐에 둘러싸여 사는 것 같아 무섭다”, “쓰레기 분리수거 할 때마다 이 많은 쓰레기가 우리 집에서 것에 놀란다. 둘째 아기 낳으면 천 기저귀 쓸까 고민 중이다”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실제 국내산 어패류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식약처의 의뢰로 굴, 담치, 바지락, 가리비 등 조개류 4종에서 미세 플라스틱 검출량을 확인한 결과 4종 모두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조개류 속살 100을 기준으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 바지락에서 34개, 담치에서 12개의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나왔다. 가리비와 굴에서는 각각 8개, 7개가 검출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는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국민의 미세 플라스틱 섭취량과 0.3%가량으로 추정되는 (미세 플라스틱의) 인체 흡수율을 고려하면 인체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미세 플라스틱과 인체 유해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뚜렷한 연구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 단, 건국대 연구진이 물고기의 주요 먹이가 되는 물벼룩을 대상으로 미세 플라스틱 연구를 진행한 결과, 미세 플라스틱이 물벼룩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일보가 보도한 건국대 연구진이 지난해 9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된 물벼룩이 낳은 알의 83%가 부화하지 못했으며, 알이 만들어지는 과정 전후로 물벼룩 체내의 지방소립 개수가 27~42% 감소했다. 지방소립은 세포가 지방을 저장하는 곳으로 생식을 위한 주요 에너지 원이다.
한편, JTBC 프로그램 <썰전>에 출연 중인 유시민은 12일 방송 회차에서 ”남극해와 북극해를 포함해 전 세계 대양 전체가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인류의 멸망은 영화처럼 소행성 충돌이나 자전축 변경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영향을 알 수 없는 미세 플라스틱에 의해 전 세계 물이 오염돼 멸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