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 줄이고 직접 뛰어도 소득은 줄어..."자영업 하면 주말 쉴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삶은 더 팍팍" / 안나영 기자
개인사업자 폐업률 80% 시대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 최저임금 인상,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워라밸 문화 등이 맞물리면서 자영업자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자영업자 폐업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는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직접 자영업자를 만나봤다.
인터뷰에 응한 자영업자들은 임대료 상승, 최저임금 인상, 식자재 인상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곳도 늘어 전체 자영업자 수가 지난 2013년 정부가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한 상태다. 또한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를 아끼려고 가족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운영에 큰 보탬이 되지는 못한다고 주장했다.
부산 양정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선희(53) 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아르바이트생에게 임금을 줄 여력이 되지 못하는 것을 힘들어 하고 있었다. 대안으로 자신이 직접 편의점을 장시간 지키고 아르바이트생을 최대한 줄이고 있었다. 김 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니까 아무래도 운영하는 게 예전보다 어려워졌ㅈ. 웬만하면 알바생은 쓰지 않으려 하고 있고 점장인 제가 장시간 일합니다. 운영이 어려워 편의점을 폐업하고 다른 일을 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다른 일도 오십 보 백 보일 것 같아 그냥 계속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부산 대연동에서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창수(63) 씨도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였다. 김 씨는 “원래 배달원이 두 명이었는데 인건비가 올라 부담돼 어쩔 수 없이 배달원을 한 명으로 줄였습니다. 두 명이 할 일을 한 명이 해내야 하는 거죠”라고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부산 대연동에서 최근에 호프집을 개업한 이승관(48) 씨는 가게 특성상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어야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을 마감시간까지 고용할 수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족을 동원한다고 했다. 이 씨는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 아르바이트생을 풀타임으로 고용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파트타임으로 여러 명을 끊어서 고용하고 있습니다. 호프집인지라 새벽까지 영업해야 해 직장생활을 하는 와이프도 퇴근 후 가게에 와서 늦은 시간까지 도와주고 있는 상황입니다”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에게는 건물주에게 지불하는 임대료도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불경기 물가 상승으로 인해 임대료와 식자재도 값이 많이 올랐다. 최저 임금 상승에 못지않게 물가 상승에도 다들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편의점주 김선희 씨는 오른 임대료 뿐 만 아니라 편의점 가맹수수료도 같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 지금의 불경기가 그저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했다. 김 씨는 “임대료와 가맹수수료 내기도 요즘엔 정말 부담스럽습니다. 임대료와 인건비를 주고 나면 순이익은 한 달 200만 원 남짓입니다. 내년 최저임금이 더 오른다면 이마저도 130만 원으로 줄어들겠죠”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음식점을 운영한 지도 오래됐고 가게를 꾸준히 오는 손님이 많은 편인데도 김창수 씨가 운영하는 중국집도 매출이 과거에 비해 20% 준 상태다. 식재료비는 인상되고 있지만 매출은 점점 줄고 있다. 김 씨는 “경기가 어려워져서 그런지 가게 매출도 줄고 식재료비도 올라서 힘듭니다. 저희보다 사정이 어려운 다른 가게들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요즘 경기에는 음식점 하나 차리려고 해도 아무리 맛만 좋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불경기인 만큼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에 처해있기는 호프집 이승관 씨도 마찬가지였다. 이 씨는 “불경기인 지금 모든 부분이 힘듭니다. 많이 팔아야 남길 수 있는 구조인데 그러려면 인건비와 식자재비도 많이 나갑니다. 그런데 임대료 같은 고정 지출이 계속 상승해서 실질적인 수익 구조를 실현하기가 힘드네요”라고 현실 속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말했다.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고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들은 근무시간이 느는 등 워라밸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영업인 만큼 일반 직장인보다는 독립성이 있어서 개인 시간이 많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많을 거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편의점주 김선희 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대신 직접 편의점에 나와 매일 일을 하고부터 주말에 쉰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임대료와 수수료를 부담하려면 하루라도 쉬는 건 사치이기 때문이다. 김선희 씨는 “편의점은 365일 내내 문을 열어야 합니다. 물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만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점장인 제가 거의 편의점에 나와 일을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쉬면 좋겠지만 수수료와 임대료를 내려면 하루 쉬는 것도 정말 타격이 큽니다. 오히려 쉬는 게 더 불안하죠”라며 씁쓸한 상황을 전했다.
중국집을 운영하는 김창수 씨도 휴일이 줄다 보니 예전에 비해 여가생활을 누리기 어려워졌다. 불경기일수록 장사를 더 오래 해서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 하기 때문. 김 씨는 “예전에 비해 요즘은 여가생활도 많이 못 하고 있습니다. 제가 등산을 좋아해서 주말에는 꼭 등산을 갔는데 그마저도 못하고 있습니다. 불경기일수록 가게 문을 닫으면 그만큼 못 버는 거잖습니까”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호프집 주인 이승관 씨 또한 개인 시간이 없었다. 자영업을 하면 자신만의 시간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이승관 씨는 “자영업을 한 이후로 내 시간이 더 없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적어지더군요. 가게를 개업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최대한 쉬는 날도 줄이고 있고요. 가족들도 처음에는 자영업을 하는 것을 허락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가 느끼는 무거움이 커진 것 같습니다”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를 외치며 살아가는 570만 자영업자들. 그들은 떼돈을 벌고 싶어 가게를 연 것이 아니다. 가족과 자신의 안정과 행복을 위해 자영업에 도전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많은 자영업자들은 스스로 인건비를 충당하거나 그들의 가족들이 종업원의 일을 대신했다. 김선희 씨는 “내년에는 더 이상 최저임금이 인상되지 않길 바란다”며 “아직은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더라도 편의점을 계속해서 운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국집 사장 김창수 씨는 “경기가 안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현재로선 영업을 더 열심히 해 줄어든 매출을 원상태로 되돌리는데 전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호프집 사장 이승관 씨는 “가게를 개업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불경기라도 벌써 포기하긴 이른 것 같다”며 “가게를 찾아와주시는 단골손님들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아낄 건 아껴가며 가족을 생각해서 열심히 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이 8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올해는 자영업자 폐업이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의하면, 작년과 재작년에 폐업한 자영업자 수가 90만 명이었고 올해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폐업률도 지난해 87.9%에서 올해는 88%~90%에 육박했다. 자영업자 10명이 점포를 여는 동안 9명 가까이가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상당수 자영업자는 최저임금(올해 월 157만 원)도 못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편의점 가맹점 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점주들의 평균 월 수익은 지난해 195만 5000원이었으나 올해는 130만 2000원으로 33.4% 줄었다.
자영업자의 근로 여건 또한 나빠지고 있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지난 1월 166만 3000명에서 6월 166만 2000명으로 줄어든 데 비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387만 1000명에서 403만 9000명으로 늘었다. 영업에 가족을 동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생존경쟁은 격심해지고 임대료, 인건비는 점점 오르고 있는 상황으로 자영업자들은 현재 위기에 놓여있다. 570만 자영업자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반시장적인 정책을 거두고 자영업 생태계가 복원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