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도 2만 4500대 파업해 시민 불편 겪어...일부 시민은 "파업하니 길 넓어져 좋았다" 반응 / 류효훈 기자
전국 택시 기사 10만여 명이 20일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3차 집회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택시단체로 구성된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4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총파업을 진행했다. 오후 2시부터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10만 명이 운집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파업 참가자들은 자가용 카풀 영업 허용에 반발해 분신 사망한 택시기사 고(故) 최모(57) 씨를 추모하는 한편 '불법 자가용 카풀 영업을 근절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20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전국의 택시 운행률이 전날의 70%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특히, 부산에만 90% 이상인 2만 4500여 대의 택시들이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부산시는 시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했다.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대 예비차량이 투입되어 20회 증편 운행했고, 버스는 전노선 막차시간을 1시간 연장했다. 이와 더불어 승용차 요일에 운행제한을 21일 아침까지 해제했다.
그러나 택시파업 소식을 듣지 못한 일부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다리가 불편한 신모(82, 부산시 금정구) 씨는 지인의 부축을 받고서야 겨우 안경점을 방문했다. 그는 “오늘따라 길거리에 택시가 안 다녀서 애를 먹었다. 옆집에 사는 친구 덕분에 간신히 볼일을 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대학생 하동제(25, 부산시 동래구) 씨는 기말고사 시험을 보지 못할 뻔했다. 그는 “오늘 시험이었는데 늦잠을 자버려서 부랴부랴 준비하고 나갔는데 길거리에 택시가 없었다. 다행히 근처에 바로 오는 버스가 있어서 시험 시작 5분전에 강의실에 간신히 도착했다”고 말했다.
반면, 택시 파업에 일부 직장인들은 오히려 반기는 태도를 보였다. 자가용을 타고 남포동까지 출퇴근한다는 김승호(28,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아침 출근길의 도로가 쾌적해졌다. 교통체증이 완화된 덕분에 평소보다 빨리 도착했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전모(23, 부산시 동래구) 씨도 하루 빨리 카풀이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 기사들을 보면 서비스 개선보다는 요금이나 올릴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은 생각지도 않고 자기 잇속만 챙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20일 SNS을 통해 택시업계들이 서비스 경쟁력을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갈수록 택시 타기가 어렵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택시가 안 잡혀 할 수 없이 ‘풀러스’나 ‘타다’같은 카풀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택시를 타고 싶어도 없어서 못 타는 서비스 경쟁력 저하는 택시업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의 택시업계가 전면 파업을 시행하자, 카풀 서비스 제공업체와 차량공유업체들은 일제히 택시대란으로 인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할인 이벤트를 열었다. 이번 택시 파업의 주 반발 대상인 카카오 모빌리티는 이날 하루 카풀 운전자에게 최대 1만 포인트를 추가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카풀 운전자들이 적극적으로 카풀에 나설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카풀 업체 ‘풀러스’는 하루 종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열었다.
차량공유업체인 쏘카는 이날 차를 빌릴 때 쿠폰을 통해 최대 87%까지 할인 받을 수 있도록 이벤트를 펼쳤다. 20일 하루 동안 경차는 1만 원, 준중형 2만 원, 중형 3만 원에 각각 예약 및 대여가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