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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카페 '동물사랑', 뒤켠에선 '동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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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카페 '동물사랑', 뒤켠에선 '동물학대'
  • 취재기자 신혜화
  • 승인 2013.09.30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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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 우리' 가두고 독성 세제 마구 사용...죽으면 쓰레기 취급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강아지 카페와 고양이 카페가 성업 중이다. 이곳은 실내 공간에서 수 십 마리의 동물들과 어울리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가족이나 연인 등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동물들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품종 동물은 교배만 시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등 동물 학대의 온상지가 되고 있으나 단속 규정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독한 락스 청소는 기본이고 새끼 동물의 사체도 거리낌 없이 비닐봉지에 담아 버린다는 고양이 카페의 실태를 시빅뉴스가 취재했다. “죄송합니다. 오픈은 11시 맞는데 아직 청소가 다 안 끝나서요. 여기 앉아서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지난 28일 오전 11시 부산 중구 인근 고양이 카페.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 열댓 마리의 고양이들 사이로 직원 한 명이 분주하게 바닥을 닦고 있다. 락스를 뿌려 청소하는 중인지 실내에는 톡 쏘는 락스 냄새가 진동한다.
▲ 이 고양이는 병에 걸린 지 석 달이 지났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한다. 온종일 사람을 피해 구석에서 잠만 잤다(사진: 취재기자 신혜화).
카페를 둘러보니 약 서른 마리의 고양이들이 곳곳에 널브러진 채 잠을 청하고 있다. 몸집이 작은 어린 고양이는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었는데 직원이 바로 옆 바닥에 락스 물을 끼얹어도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걔는 태어날 때부터 눈이 별로 안 좋았거든요. 락스 냄새가 좀 심하죠? 이렇게 소독을 하지 않으면 애들이 아무 데나 똥 싸고 오줌 싸고 그러거든요.” 탁한 실내 공기에 기침을 하자 카페 내의 다른 직원이 주문한 음료를 가져다주며 말했다. 그러더니 커다란 봉지를 들고선 카페 뒤편에 위치한 창고로 향했다. “아! 언니! 어떡해요? 이쪽으로 좀 와보세요!”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창고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기자가 뒤따라가자 두 직원이 수군거리는 소리와 고양이의 낮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창고 안에는 대 여섯 마리의 새끼와 어미 고양이가 있었는데 새끼 한 마리가 미동 없이 딱딱하게 굳어있는 걸로 보아 죽은 듯했다. “너는 안쪽 창고 청소하고 있어. 이건 내가 처리할게.” 곧이어 비닐봉지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묵직한 무언가가 봉지에 담기는 소리가 났다. 새끼 고양이의 사체를 비닐봉지에 버린 직원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창고를 나왔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직원은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 어미와 새끼를 두면 어미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새끼를 돌보지 않을 때가 많아요. 한 달 평균 두세 번은 이렇게 고양이 사체를 치우거든요”라고 한다. 오후 3시가 되자, 카페 안은 온통 초등학생 손님들로 북적인다. 대개의 손님은 2000원 짜리 간식을 사서 고양이들의 관심을 끌기 바빴다. 가끔 주는 대로 간식을 받아먹어서 탈이 난 고양이가 카페 한 편에 구토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직원은 달려와서 휴지로 토사물을 닦은 뒤 그 자리에 락스를 뿌린다. “어디서 락스 냄새가 나는데? 이거 락스 뿌리신 거에요?” 락스 냄새에 유독 민감한 손님 한 명이 직원에게 락스가 아니냐고 물었다. 직원은 태연한 표정으로 “냄새가 진해서 그렇지 소독약일 뿐이에요”라고 답한다. 뿐만 아니라 고양이 눈이 이상하다며 눈병이 난 게 아니냐고 날카롭게 묻는 손님도 있었다. 눈에 눈곱이 잔뜩 껴서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고양이의 모습은 누가 봐도 눈병이 난 게 분명했다. “에어컨을 켜놔서 얘네가 어쩔 수 없이 눈이 건조해져서 그런 거에요. 눈병이 아니에요.” 고양이의 상태에 대해 계속해서 손님이 질문하자 직원은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화장솜으로 고양이의 눈곱을 닦아주었다. “친구들! 그쪽엔 들어가는 게 아니에요! 이리 나오세요!” 초등학생 서너 명이 카페 구석에 위치한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자 직원이 화들짝 놀라며 초등학생들을 끌고 나왔다. 입구 근처에는 파리가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얼핏 보면 쓰레기를 모아두는 공간처럼 보이나 들릴 듯 말 듯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또 하나의 문이 나왔는데 그 문을 열자 코를 찌르는 악취와 수 십 마리의 파리가 끓고 있었다. 5개의 철창 안에는 고양이들이 가둬져 있었는데 이마에 상처가 난 고양이, 갓 새끼를 낳은 고양이, 털이 뒤엉켜 지저분한 몰골로 있는 고양이, 철창이 덩치에 맞지 않아 몸을 구기듯 들어간 고양이 등 정상적이지 않은 고양이들이었다.
▲ 철창에 가둬진 고양이의 모습. 덩치에 비해 철창이 터무니 없이 작아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했다(사진: 취재기자 신혜화).
“야~옹. 야~옹.” 사람의 모습을 보자 고양이들이 전부 철창 안에서 흥분하며 울음소리를 냈다. 밥그릇에 담긴 사료는 오래 되었는지 눅눅했고 화장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신문지에 배설을 하고 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털이 날렸다. 업주는 상업적으로 고양이들을 이용하다 병이 들자 이곳에 고양이들을 가둬두고 목숨만 이어가게 해두었다. 오후 6시가 되자 카페 안에 남은 손님들은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알바생 두 명은 고양이들의 눈곱을 닦아주거나 털을 빗겨준다. “처음엔 저도 고양이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죠. 얘네한테 감정을 갖게 되면 일을 못하게 되니까요. 뒤 쪽 (가둬놓은) 고양이들도 한 달 전부터 병원에 데려간다고 사장님이 그러셨는데... 걔네도 여기 아니면 길에서 떠돌게 될 건데요 뭘.” 고양이 카페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영업 중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직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더 심한 곳도 있다고 했다. “제가 아는 다른 카페는요, 일주일마다 고양이들이 한 마리씩 죽어나간대요. 스트레스 받고 품종 고양이들은 계속 교배하고 새끼만 낳다가 병들게 되고. 교배 한 번 하는데 10만원~20만원 받는데 사장님 입장에서는 교배로 버는 수입도 무시 못하죠. 법적인 제재가 없으니 신경 쓸 것도 없죠.” 전국적으로 고양이카페는 150여 개가 있다. 부산에도 16개의 고양이카페가 영업 중이다. 최근 동물 관련법이 더욱 엄격해졌으나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동물카페 관련해서는 보호에 관한 아무런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동물카페에 대해서도 보호법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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