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PD 47명 성명서 발표...다음 달 4일 총파업, <무한도전>등 결방될 듯 / 신예진 기자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는 다음 달 4일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그중에는 MBC 대표 예능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도 포함돼 있어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 PD 등은 파업에 들어가기 전에 재치있는 표현을 동원해 성명서를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30일 오전 MBC 본부 조합원 약 450여 명은 서울 상암동 MBC 본사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다음 달 4일 0시부터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MBC 노조원들은 24~29일 치러진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투표율 95.7%, 찬성률 93.2%인 압도적인 수치로 파업을 가결했다. 현재까지 약 400여 명의 PD·기자·아나운서들이 제작 거부를 선언했으며 파업 동참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무한도전>은 사전 제작된 방송 분량으로 오는 2일까지는 정상 방송되지만 그 후엔 방송 여부가 불확실하다. 프로그램 방송 재개 여부는 총파업 진행에 달려있다. <무한도전> 결방은 지난 2012년 MBC 총파업 이후 5년만으로, 당시 24주간 결방한 바 있다.
앞서 김태호 PD를 포함한 MBC 예능 PD 47인은 지난 6월 22일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예능 PD들은 “웃기는 건 우리 예능 PD들의 몫”이라며 MBC 김장겸 사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김태호 PD는 성명서를 통해 “사람들 웃기는 방송 만들려고 예능 PD가 되었는데, 그거 만들라고 뽑아놓은 회사가 정작 웃기는 짓은 다 한다”며 “가장 웃기는 건, 이 모든 일에 앞장섰던 김장겸이 아직도 사장이라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PD들은 MBC에서 불합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고 토로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MBC는 아무리 실력 있는 출연자라도 사장이 싫어하면 섭외할 수 없고, 케이블 종편에도 비할 수 없을 만큼 제작비를 아낀다는 것. PD들은 “일하느라 회의실 편집실 촬영장에서 숱한 밤을 샜는데 남은 것은 MBC를 비하하는 ‘엠빙신’ 뿐”이라 자조하기도 했다.
MBC 드라마 PD들도 30일 총파업에 참가하며 결의문을 발표했다. 드라마 PD들은 결의문을 통해 “이 곳은 경영진이 사익을 위해 정윤회의 아들 정우식을 출연시키는 개인 방송 수준으로 전락했다”며 “제작 자율성은 온전히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선언한다”고 파업 의지를 밝혔다.
결방으로 인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MBC의 총파업을 지지한다는 반응이다. <무한도전>의 오랜 팬이라는 강아량(25) 씨는 “파업으로 더 나은 제작 환경이 만들어지면 그것은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라며 “더 높은 질의 웰 메이드 방송을 보고 싶어 이들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프로그램 결방해도 괜찮다”며 “이번 파업으로 만나면 좋은 친구 MBC가 되길”이라는 지지하는 글을 남겼다.
한편, MBC 총파업을 두고 김장겸 사장은 MBC 노조가 억지를 부린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TV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금 지상파 방송사를 둘러싼 방송환경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역량의 200%를 쏟아 부어도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에서도 언론노조 MBC 본부는 억지스러운 주장과 의혹을 앞세워 전면 파업을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블랙리스트’라는 본 적도 없는 문건으로 경영진을 흔들고 있다”고 반박했다.